임성근과 기안84로 보는 반전 서사
"거짓말 조금 하면 5만 가지 정도는 알아요." <흑백요리사 시즌2> 임성근 셰프의 자신감 넘치는 화법은 곧장 '빌런 의심'으로 이어졌다. 아직 실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허세는 대개 오만으로 읽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판이 뒤집혔다. 그의 압도적인 실력이 공개되자 허세처럼 보였던 말투는 오히려 '괴짜' 같은 면모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분위기도 흥미롭다. 요즘 대세는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라 '반전 서사'를 품은 고수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본업 실력은 압도적인 인물. 그래서 그 허술함마저 결점이 아니라 인간미로 읽히는 이들 말이다. 임성근에 앞서 기안84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어난 김에 산다'는 식의 날것 그대로의 태도에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으니까.
물론 이런 캐릭터가 모두에게 호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거침없는 말과 태도는 언제나 호불호가 갈리니까. 그럼에도 이들이 '대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미움받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결과로 그 태도를 감당해냈기 때문이다. 기안84는 웹툰으로, 임성근은 요리로 이미 자신의 중심을 증명해왔다.
그렇게 보면 요즘 대중이 사랑하는 '괴짜'란 단순히 엉뚱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실력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낼 줄 아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자기 자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결점마저 솔직한 매력으로 어필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