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정준하가 유재석의 초상화를 공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한 눈물을 흘렸다.
이 기이한 감동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아마도 두 사람의 서사가 사랑과 우정의 본질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과 우정은 본래, 내 시간을 기꺼이 너를 위해 쓰겠다는 가장 사치스러우면서도 비효율적인 행위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위해 나의 유한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어 보이는 일은 없다. 하지만 진심은 그렇게 비효율적이고 쓸모없어 보이는 행위 속에 숨어 있다. 정준하의 그림이 우리를 감동시킨 이유는- 그 속에 꾹꾹 눌러 담은 '기꺼이 낭비된 시간'이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
“무도 키즈는 웁니다”와 같은 댓글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그 투박한 그림과 주름진 그들의 얼굴에서 그들과 함께 흘려보낸 ’나의 지난 시간‘을 목격한 게 아닐까. 화면 속 그들을 보며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의 내 모습, 내 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그 그림을 통해 이제는 아득해진 우리의 ‘그 시절‘을 불러낸 것일지도.
잘 만든 한 편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한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의 ‘세대 언어‘로 기능한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무도 키즈“라는 말 한마디로 통하는 유대감은 우리가 같은 시간을 공유해 왔다는 증거니까.
효율의 시대, 모든 것이 매끈하고 빠르게 흘러가지만 진심은 여전히 울퉁불퉁하고 느린 곳에 있다. 가끔은 그 비효율적인 낭만과 촌스러운 옛날의 언어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아마도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진짜 소중한 것들은 다 그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곧 출간될, 나의 책 <그 시절의 이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효율 따위는 모르고, 서로에게 기꺼이 시간을 낭비해 주던- 그 시절의 미련한 사랑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