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평준화의 시대, 대중은 왜 고수들의 '인간적인 빈틈'에 열광할까
모든 것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다. SNS 속 타인의 삶은 흠잡을 데 없이 연출되어 있고 심지어 AI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무한정 생성해낼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멋져보이는 것들에 이전처럼 그렇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완벽해보이는 모습 뒤로 살짝 드러나는 인간적인 빈틈, 이른바 반전매력이 더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두 셰프, 손종원과 임성근의 인기는 이 시대가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흑백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손종원 셰프는 데이터로 치환해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스펙을 가졌다. 한식과 양식,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미쉐린 1스타를 동시에 보유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를 증명한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차갑거나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하지만 대중이 그에게 무장해제되는 지점은 그 완벽함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수줍음'이다.
세계적인 셰프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이 의외의 수줍음은 그를 '동경의 대상'에서 '귀여움의 대상'으로 바꾼다.
손종원의 인기는 이 확실한 반전 매력이 대중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 아닐까.
임성근 셰프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인간미를 발산한다. 그는 마치 '약장수'나 '사짜'로 오해받을 만큼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화법을 구사한다. 점잖은 대가의 권위보다는 친근한 B급 감성을 유지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자칫 허세로 비칠 수 있는 그의 태도가 '매력'으로 승화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남다른 '실력'에 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압도적인 실력이 뒷받침되기에, 그의 과장된 너스레는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캐릭터가 된다.
손종원의 수줍음과 임성근의 허세는 각자의 본업에서 보여준 탁월함과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했다. 다시 말해 이들의 인간미는 '완벽한 본업'이라는 하나의 맥락에서 빛을 발한 것. 실력이 없다면 수줍음은 미숙함이 되고 허세는 오만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이 시대가 원하는 스타란 이런 유형이 아닐까. 기계처럼 매끈하기만 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치열하게 쌓아 올린 본업의 완벽함 위에 인간적인 빈틈을 가감 없이 드러낼 줄 아는 사람 말이다.
완벽함과 인간미, 이 모순적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난이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 해답은 의외로 명쾌한 곳에 있다. 바로 '자기다움'이다.
치열한 본업의 성취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며, 인간적인 빈틈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나를 포장하지 않을 때 드러나는 솔직함이다. 즉,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때, 그 빈틈마저 하나의 고유한 장점으로 빛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