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연애의 민낯, 우리는 왜 '나는 솔로'를 보는가

'나는 솔로'가 보여주는 비효율의 가치

by 소서

<나는 솔로>가 유독 뜨겁게 소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 현실과 닮아있으면서도, 그 현실의 가장 내밀하고 적나라한 순간들을 과장된 연극처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솔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명확하다. 삶의 본질은 효율적인 결과 값이 아니라,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부딪히고 깨지며 나를 소모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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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28기 현숙은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바닥까지 긁어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조금의 아쉬움도 안 남을 정도로 탈탈 털어냈기에- 관계가 끝나는 순간에도 후련하게 떠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대로 29기 영철은 섣부른 편견으로 타인을 재단하던, 그 지독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고 반성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610011665_17938121826105165_648698740196734767_n.jpg 29기 정숙과 영철


이 지점에서 〈나는 솔로〉는 단순한 연애 예능을 넘어선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 각자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성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소모와 낭비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효율과는 거리가 먼 선택에서 깔끔하지 않은 감정의 잔여물이 남는데 그 비효율적인 결과야말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빠른 결과를 추구하는 사회 특성상, 연애마저도 최적의 판단을 강요받는 시대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비효율을 공개적으로 감당하며 온몸으로 부딪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보면, 누군가의 시선에선 낭비처럼 보이는 그 시간들, 그 비효율적인 시행착오와 감정 소모 역시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순간일 것이다.


또 하나 깨닫는 것은- 아무리 방송을 보며 타인의 실패를 학습한다 한들, 결국 내 삶에서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는 점이다. 양귀자의 <모순>이 말했듯,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 된 후가 아니면" 깨달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기꺼이 낭비하고 소모하기로. 비효율적인 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그렇게 보면 <나는 솔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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