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디에 도착해야 하는가"에 대한 한 독자의 대답

by 소서

에디터 겸 작가로서 원고를 마감할 때마다 스스로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에 도착해야 하는가?"


단순히 독자의 눈에 닿는 것을 넘어, 마음에 가닿아 어떤 파동을 일으켜야 비로소 글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의 이름들>을 세상에 내보인 후, 감사하게도 수많은 감상평이 도착했습니다. "그때가 그리워졌다", "옛 친구 생각이 났다"는 다정한 말들 사이에서, 유난히 제 마음에 와닿아 오래 머물게 된 후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니 그 시절의 이름들은 결국 그 시절에 머물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나까지 이어진 느낌이었다.


사실 이책은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절의 이름을 다시 부름으로써, 박제된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길 바랐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그저 회상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죠.


이 독자님은 정확히 그 지점에 도착해 주셨습니다. 감상이 과거에 멈추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까지 연결되었다는 고백.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확신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글을 써야만 했던 이유이자, <그 시절의 이름들>이라는 책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라고요.


만약 당신이 아직 과거의 어느 페이지에 멈춰 서 있다면, 이 독자님처럼 그 시절을 '통과'해 현재로 걸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움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리움을 딛고 오늘의 나를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당신에게 건네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서 누구를 떠올리고 있나요? (그 시절이 이름들 바로보기)


스레드로 받은 후기 이미지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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