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서, 따뜻해서 자주 쓰던 서간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프기는 처음이네. 전해지지 못하는 편지가 얼마큼 쓸쓸한 모양새를 가졌는지 다시 실감하는 오늘이야. 미련이 가득한 못난 글일 테지만 적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알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 종종 그런 생각을 했었어. 언젠가 이별이 온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찾아올 거라고. 머릿속에 그런 이별이 그려질 때면 너에게 넌지시 물었었어, 그런 날에 대해. 미련한 나의 물음에 너는 대답했잖아. 확신했잖아. 쳇, 웃기시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너의 대답에 나의 두려움이 사라졌던 건 우리의 시간을, 너의 마음을 많이 믿었었기 때문일 거야. 그려오던 이별이 기어코 문을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형태의 고백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게. 아무도 없는 방에 앉아 누가 들을까 봐 숨죽이다가, 누구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꺽꺽 소리 내서도 울었어. 나의 슬픔이 더 이상 너의 슬픔이 아닌 지금이 너무 잔인해서 괜찮다고 스스로 토닥여도 봤지만 속을 리가 없잖아. 네가 하는 말이 다 이해가 가서, 내가 하는 말이 다 이해가지 않아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이런 모순 투성인 내 말을 항상 들어주던 건 항상 너였으니까. 그런 너는 더 이상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 눈물이 자꾸만 고여서 귀에서도 찰방- 찰방- 하는 소리가 들릴 때쯤이야 겨우 실감했어. 글쎄, 실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까. 나대로 다짐을 했지. 응원하자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아니까, 쉬운 마음이 아니라는 거 잘 아니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어. 잘 지내라고, 응원한다고 - 그때는 미련 넘치는 대화 속에서 간신히 뱉어낸 멋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일 멋없는 말 중 하나였던 것 같네. 시작도 끝도 우스운 것 투성이다.
잠을 설쳤어. 깊게 잠들지를 못해. 수 십 개의 꿈을 꾸면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어. 건져 올린 몇 개의 꿈들을 잠과 잠 사이에 늘어놓고 내 나름대로의 의미도 달아봤어. 사과 아닌 사과를 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 사과를 받는 사람의 마음 같은 것들에 대해. 꿈같은 어제와 꿈이 아닌 오늘 사이에서 나는 자주 몸을 떨어. 차라리 날이라도 추웠으면 좋았을걸. 마땅한 핑계 없이 자꾸만 내 마음을 살펴, 살필수록 힘든 마음을. 사방이 바늘 같아, 나눴던 장소와 시간들이 여기저기 널려서 나를 자꾸 찔러대. 듣던 노래에 따끔, 걷던 거리에 또 따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 죄 다 따끔대서 너무 억울해. 이건 내 일상인데. 밝은 대낮에는 보는 눈들에 애써 울음을 삼켜보지만 밤이 되면 어찌할 새도 없이 자꾸 흘러내려 큰일이야. 당분간은 퉁퉁 부은 눈으로 세상을 보겠지. 부은 눈에 시야가 좁아지면 아픔도 조금은 덜할까? 미워할 수 없는 너라서 결국 아픔은 온전히 내 몫이겠지만, 그래도 너를 응원한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야. 많이 웃고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주는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받고, 그 마음들에 익숙해졌으면 좋겠어.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우리가 보낸 시간들은 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나는 한동안 그 시간들을 잘 숨겨놔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잊지 않을게. 괜찮아지면, 정말 괜찮아졌을 때 그때 꺼내 둘게. 고마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