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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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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10. 2021

6년 묵은 참회의 글

시작은 아마도, 계속되길


1.

그리고 또다시 계절은 돌고 돌아 5시에 지던 해가 6시에도 지지 않고 티 코지 씌우는 걸 잊은 티팟이 빨리 식지도 않는, 그런 계절.


뭐가 달라지긴 했나 싶으면서도 뒤돌아보면 바뀐 점도 꽤 많은 것 같다.


텅 빈 시간은 차 마시는 시간으로, 갈 곳 없는 마음은 '여기'에.

어쩌면, 아니 이제서야 비로소 현실에 발붙일 마음이 생겼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살아갈 마음이 생겼다.


겨우 차로, 고작 차로, 기호품으로 구원받았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하지만 사람은 '고작 그런 것'으로 구원받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건 일종의 참회다.



2.

어떻게 차를 좋아하게 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면,


실론티 캔음료가 맛있었고 그다음엔 데자와도 맛있어서 무려 동아 오츠카에서 박스로 사서 마시고 보이는 족족 재어다 마셨다.


그러다 만난 일동 홍차 밀크티 분말은 달지만 꽤 괜찮은 맛이었고 마트에서 처음 구입한 게 아크바 티백.

베이스야 전부 실론이었겠지만 그중 실론 티가 가장 맘에 들었으며 오래 우려서 썼지만 향이 좋아서 같은 티백을 우리고 또 우려 마셨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생존해있던 루피시아 홈페이지에서 사쿠람보, 블루베리 카시스, 유메였던가? 그리고 또 뭘 구입했었던 것 같다.

사쿠람보 사이다 냉침은 쓰기만 하던 홍차 맛에서 벗어나 달달한 맛으로 신세계를 안겨주었지만

나머지 차들은 맛은 홍차 맛인데 가향 느낌이 너무 강해서 좀 그랬던 기억이 있다.


특히 블루베리 카시스가 그랬다. 결국 나머지 차들은 거의 마시지 못하고 방향제 역할을 하게 됐다.

먹지도 않을 걸 왜 다량으로 샀냐고 욕을 먹었다.


그 후 굳이 차를 찾지도 않고 그냥 가끔씩 밀크티 캔음료가 눈에 보이면 마시거나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안 마셨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날인가 실론티 캔음료를 마시게 됐는데 오리지널 실론티는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샌가 가입해두기만 한 카페에 들어가 정보를 검색해보고 샘플러를 구입하고..


뭐 그렇게 다시 시작한 것 같다,

라기보다는 처음으로 차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마시게 됐다.




"2014년 3월 4일 오전 0시 57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사실 위 글들은 예전에 적은 것이고 거의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차를 마시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마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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