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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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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Dec 11. 2022

비어있음과 채우기

하고 싶은 말이 줄어도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도 빈 시간에 차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빈 곳을 채우는 데 물성이 필요하다면 차도 일종의 물질이니까. 마음에 위로가 된다.


빈 시간은 그저 바라보면 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빈 시간도 비어있는 나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시절.


깨진 독에 물 채우기는 의미 없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채워 넣어도 채워 넣어도 채워지지 않음을 한탄하던 시절.


차는 침잠하게 한다. 차는 관조하게 한다.

차는 채워준다. 차는 온기를 더해준다.


유리 다구에 아롱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시간을 즐긴다.

위에 채워지는 찻물만큼 마음도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헛헛할 때 위에 뭔가를 채우는 행위는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따뜻한 차라면 더할 나위 없다. 액체는 찰랑거리는 마음과도 닿아있다. 목 위로 차오르는 찰랑거림을 대신하는 찻물의 찰랑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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