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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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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Nov 29. 2021

최근 차 마심의 변화

여전히 맛있다 맛없다 그냥 그렇다 정도의 감상밖에 내뱉지 않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차를 보게 되었다. 이것은 테이스팅 하는 훈련을 한 덕택도 있긴 하고 경험치가 좀 더 쌓여서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은 다구를 보면 와 예쁘다 이런 감상보다는 저 다구가 맛을 잘 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었다.

이렇게 점점 기물의 세계로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싶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서양 다구에 대해서는 태도가 거의 그대로인 반면 동양 다구에 대해서는 맛이 좀 더 비중을 차지하게 된 듯.


심미적인 이유로도 그렇고 기능적인 측면으로도 그렇고 잘 만들어진, 맛을 잘 내는 그런 다구를 눈여겨보게 된 것 같다.

만약 골동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면 골동으로 발을 들이지 않을까 싶고…. 하지만 그걸 다 알아볼 정도로 감각이 예민한 편은 아니라. 동양 다구는 언제 새로 들이려나? 싶다.


차에 관해서는, 비교시음 시 찻잎 향을 맡고 밸런스의 차이를 파악하는 정도의 능력은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격이 두 배인 차로 비교시음을 해서 크게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취향과는 별개로 ‘품이 좋은 차’에 대한 기준이나 느낌은 잡은 기분이 든다. 과거의 경험들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최근 노반장을 비교시음 및 집중하면서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꽤나… 좋은 경험이었다.

전체적인 균형이 굉장히 좋았고 마시고 난 뒤의 여운이나 녹아드는 차맛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자칫 물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품이 좋은 차’ 의 기준에 부합하는 차였다.

시간도 날도 사람도 완벽했던 날


흑차는 몸에 안 맞는 것 같다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마시면 안 되는 차에 흑차가 추가될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흑차를 마셨을 때 몸에 반응이 영 좋지 않아서 보관의 문제인지 단순히 차와 맞지 않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상 흑차는 안 맞는 것 같기도….?


그러고 보면 올해는 차 맛없어 시즌이 무난하게 지난 것 같다.

인생이 더 맛없었기 때문에….. 생각해보니 좀 별로군.

무엇이든 맛있는 게 좋다. 하지만 개개인의 맛있음은 주관적이므로 거기에 대해선 여전히 황희 정승 모드다.

좋아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차를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즐기면 된다.


여전히 호기심은 갖고 있지만 세상 모든 차를 다 마셔보겠어! 하는 생각은 사라졌다.

정확히는 나와 안 맞고 맛없는 차는 마시고 싶지 않다. 맛있는 차만 마시고 싶은 욕심이 든다. 가능한 그러고 싶고.

굳이 입맛에 안 맞는 차를 살 이유도 없거니와 그러기엔 세상에는 다른 맛있는 차가 많다.


분위기보단 차맛, 사람보다 차맛, 그 무엇보다 차맛이 우선이다. 다른 것은 나에게 부수적인,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왕이면 분위기 있고 멋진 곳에서 맛있는 차를 마시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차가 맛있고 운치 있는 곳은 아주 드물다. 마치 ‘맛있는 애프터눈 티셋’ 같이, 희귀하다.


맛과 영혼, 특히 차를 향한 사랑과 태도, 중요하다.

그 지점에서 갈리게 되는 것 같다. ‘차를 향한 태도과 애정’. 그게 부족하면 티가 난다.

한동안 유행하던   ~~~~이라는 , 차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빠르게 눈치채고 평가를 내리는  같다.

다구는 예열을 하는지, 차 퀄리티는 어떤지, 어떻게 서빙되는지, 차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보면 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특히 발화점이 낮은 것 같다.

이렇게 차 꼰대가 되어가는가 싶지만 철병을 들인 시점에서 나는 여러 의미로 끝났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버전 업그레이드된 차덕인 것이다.

다음 10년은 어떨지 기대된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나는 얼마나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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