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차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슬 Oct 13. 2023

블라인드 티 테이스팅

스스로 속고 속이는 게임

얼마 전 찻집에서 블라인드 티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같은 햇수의 차들을 A, B, C, D로 적어놓고 무슨 차인지 맞추기를 했는데요.


단주급도 맞고 B는 아주 정확하게 맞혔음에도

어떤 해에 무슨 차가 있었더라, 하면서 머리를 쓰다가 결과적으로는 흐지부지하게 반타작도 못했습니다.


무슨 차인지 모르고 감상만 읊었을 때는 맞았던 것들이

무슨 차인지 고르고자 줄을 세우고 고민하다 보니 모든 것이 꼬여버리더라고요.


스스로 속고 속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평소 그냥 지나쳤던 차나 와인들이 숨은 강자였다는 것을 찾아내나 봅니다.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저에게 몇 가지 교훈을 남겨주었는데요.

첫 번째는 자신의 감각을 믿을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평소에 감각을 벼리는 연습을 할 것, 입니다.


전자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후자는 꽤나 노력을 요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취미 그 자체로구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맛과 향을 즐기는 취미라면 감각을 벼리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지 않나 싶네요.

같은 차를 마셔도 즐기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가능한 그 차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다 느끼고 싶달까요.

차를 우리는 방식도, 마시고 느끼고 평하는 방식도 조금씩 더 나아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차를 혼자 마시다 보니 누군가와 같은 차를 평할 일이 자주 없는데, 아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고 싶어서 사장님께 또다시 쪽지를 보냈습니다. 다음 블라인드 테이스팅도 기대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차 가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