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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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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Sep 03. 2021

내겐 유독 아름다운 내 잔

특정 다구를 예뻐하는 경우가 있으신가요?


제 경우 이 잔을 참 좋아합니다.

정영유 작가의 분청잔
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잔


갖고 있는 잔들과 비교하면 비싸지도 않고 오히려 저렴한 축에 속하는 잔인데요.

얼마 전 엄청난 다구 정리의 흐름 속에서도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했듯 저는 다구와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잔과는 왠지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친숙한 기분이 드는 잔입니다.


다구들을 정리하면서 꽤 많은 분들이 충격 아닌 충격에 빠지곤 하셨는데요.

그분이 생각하는 저와 어울리는 다구들을 족족 정리하는 저를 발견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누구든 이렇다고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저는 그 이미지에 순응하거나 거부하거나 하며 삽니다.

때로는 제가 행동하기에 이로운 것도 있을 테고, 때로는 따르기 귀찮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저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저는 저입니다. 저에게 어떤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든

저라는 존재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죠. 제 눈앞에 잔이 그대로 존재하듯이.


때로는 당신의 마음에 들면서, 혹은 들지 않으면서. 잠시 가까웠다 멀어지거나 혹은 아주 긴 기간을 같이 보내거나

다구와의 인연을 제 마음대로 어쩔 수 없듯 사람과의 인연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가능하면 모든 인연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고 싶어요.

이리저리 비춰보고 찻물을 마음을 담아보고 그 만남을 손에 살포시 쥐고 차를 마시듯 음미하고 싶네요.


제가 생각하는 인연은 그렇습니다.

지금 이 시절을 소중히 여기고 싶네요. 


그리고 오늘도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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