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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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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l 09. 2021

나의 친애하는 차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날이 슬슬 무더워지고 있네요.

요즘은 급랭을 주로 마시고 있습니다. 아직 밤바람이 선선할 때 향을 피우고 홀짝홀짝 마시곤 해요.


오늘은 무척 날이 좋았습니다. 햇빛이 아주 적당하게, 모자람 없이, 예쁜 색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오늘 같은 날이 좀 더 많았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파릇한 봄에는 청향 청차를,

비가 오는 날에는 향기로운 암차를,

무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티로 만든 녹차를,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에는 농밀한 농향 우롱차를,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날에는 따끈한 홍차를.


사계절을 차와 함께 하고 바쁜 일상 속을 차로 채우며 살아갑니다.

저에게 차 마시는 일은 일상을 지켜주는 소중한 일. 여러분께는 어떤 의미일까요.


마시는 일에 종종 회의가 들어도, 찻잎이 무어냐 싶고 누군가에게 속는 기분이 들어도.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차를 마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마십니다.


텅 빈 시간 안에 찻물을 따라넣으며 공간에 퍼지는 향을 즐깁니다.

때로는 과일 같은 단맛, 때로는 눈물의 짠맛, 때로는 삶처럼 시고 떫은 맛.


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는 세상과 소통하고 여러분을 만납니다.

차를 나누며 마음을 나누고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곤 합니다.


그 모든 일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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