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슈 칼럼

속보가 뜨지않는 세상, 남도에 매화 피려나?

by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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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rical Essay]


속보가 뜨지 않는 세상-남도에 매화 피려나?



세상이 어둡고 칙칙하다. 자고나면 속보가 눈을 자극한다. 휴대폰 알림 소리는 영락없는 코로나 주의 문자다. 국민은 모두 유치원생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온다.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시에서 도에서 본부에서, 자주 손 씻고 세수하고 외출을 삼가란다. 뻔한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사람들은 외롭고 불안하다. 인터넷망에 들어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신문마다 속보가 실시간으로 뜨고 확진자 통계는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정책임자가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너무 늦었지만, 마스크 부족을 해결하지 못해서, 그런 사과는 실무자에게 맡기고 큰 맥을 챙겨야지. 곧 진정 될거란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퍼뜨리지 말던지.

이 난리통에 북에서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체를 쏘았다는데, 배가 고프긴 하나본데, 그런 식으로 사인을 보내서야. 정말 배고픈 아기는 울어도 감동을 준다. 그들은 되레 큰소리치면서 안준다고 겁을 준다. 북의 불장난에 대한 의례적인 답례(?)로 ‘강한 우려 표명‘을 한 청와대를 직접 겨냥해 초강수의 엄포를 발사했다고.


국민은 모두 유치원생, 자주 손 씻고 세수하고 외출을 삼가라

마스크 약속불발 사과, 곧 진정된다는 가짜뉴스는 어쩌고?

북의 대놓고 하는 작심 야유, 자존심도 배알도 없나?


이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노골적 모욕적 말 폭탄으로 청와대를 향해 작심하고, 형편없이 내리쳤다는데, 그것도 새파란 김여정이, ‘저능한 사고’ ‘세 살 난 아이’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거나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고,

이는 문대표 한사람을 두고 한말이지만 결국 남쪽 사람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니 참으로 요망스럽다.

얼마나 만만하면, 저렇게 어린 약병아리에게까지 코가 꿰였을까하니 안타까운 노릇, 말 그대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가 된 것은 누구의 턋도 아닌 오직 자신이 지은 결실 아닌가?

지금 남도(南道) 어디쯤에는 매화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까? 올봄이 오기는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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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부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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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시인의 1926년 <개벽>지에 발표한 작품. 다시 이 시를 읽으니 새삼 머리가 숙연해진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봄시에 담아 노래한 절창(絶唱). 그냥 읽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해진다. 20년대 우리문학의 태동기에, 겨레말로 씌어진 고우면서 가열한 저항문학의 꽃이다. 울분과 통한의 그 시대 우리 겨레에게 얼마나 크나큰 위안이었을까?

하지만 지금이 그때와 무엇이 다른가? 그때는 일제라는 눈에 보이는 적이 있었을 뿐이다. 오늘의 적들은 숨어있다. 그것은 분열과 편 가르기로 만든 분노 적의(敵意)와 단절이다. 너와 내가 하나가 아닌 단지 개념에만 존재하는 표상, 그들만의 나라가 따로 따로 존재한다. 그들만의 국민 그들만의 수반이 있을 뿐이다.

이 아픈 분열의 땅에 설상가상(雪上加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구석구석 휩쓸고 임의의 대상을 겨눈다. 그 사악한 독침에는 누구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속보가 뜨지 않는 세상, 시인은 영감(靈感)의 봇물을 길어올리고

아이들 도란도란 동화를 읽고, 청년은 이념의 포로에서 풀려나

선생은 오염되지 않은 자유와 정의를 말하고 정치인은

신명을 바쳐 나라위해 기꺼이 헌신할 것인가?


속보가 뜨지 않는 세상, 해가 중천에 떠서 브런치를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천지가 꽃대궐이 되어 저절로 흥에 겨운 봄꽃동산을 상상하는 것은 무죄다.

저 남도의 광양이나 하동포구에는 봄을 마중 나온 매화가 수줍은 미소를 터뜨릴까?

이 아픈 분열의 땅에 그래도 봄은 와서 넘치는 풍요의 약속을 전해줄 것인가?

언제쯤 온전한 하나의 조국 땅에서, 시인은 주체할 수 없는 영감(靈感)의 봇물을 길어올려 천산만락(天山萬樂)의 봄을 노래할 것인가?


아이들은 저마다 모여 도란도란 동화를 읽고, 청년은 그 무모한 이념의 포로에서 풀려날 것인가? 선생은 오염되지 않은 자유와 정의를 말하고 정치인은 신명을 바쳐

조국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것인가?

매화가 만개하여 바람에 흩날릴 때, 저 하동포구 어디쯤, 흠씬 봄비에 젖어 풋풋한머릿카락을 적셔볼 것인가?


(글-청사, 시인, 양심의 소리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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