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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Jul 28. 2020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수정

-시와 현실



시와 현실(5)/ 가슴으로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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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출전/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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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지우 시인 (1952- )

3줄 약력

중앙일보 신춘문예(1980)에 시 <연혁(沿革> 가작으로 등단

외국문학, 세계의 문학 주간

한신대 문창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



////////////////////// 窓과 倉 //////////////////////



‘천박한’ 권력의 술수, 난무하는 시대의 신풍속도



한때 극장 안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그렇게 길들여지던 때, 억압 강요 금지--80년대 암울하던, 자유가 죽음보다 더 절실하던 그 때, 극장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해방구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거기서 또 마주치는 강요에 본능처럼 솟구쳤을 것이다.

애국가 패러디와 새들이 솟구치는 영상이미지의 결합은 절묘한 충동을 유발한다.

극장 밖(현실)/ 극장 안(비현실), 이 세상(현실)/ 세상 밖(이상)의 대조는 갈등을 넘어설 이상이라는 돌파구(탈현실, 탈지상적인)를 탐색한다. 그리고는 새떼들에 대응하는 우리들, 존재의 각성을 통한 이상세계에 대한 열망을 부러움으로, 자유분방한 신세계를 동경한다.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의 새처럼 우리도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누리고 싶은 자유의지를 갈망한다. 하지만, 날고 싶은 꿈은 현실 앞에서 허무하게 좌초되고 만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애국가의 앤딩과 착석은 결국 역설적 결말로 귀결 된다. 자유를 갈망하던 시대의 요구는 권력의 힘 앞에 굴복하는 듯하지만, 끝내 민중의 의지는 살아남아 결국 오늘 이만큼이라도 민주화의 꽃맹아리를 피워내었다. 하지만.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는 질기고 독한 것이 아닌가?

자유를 갈망하고 앞장서던 그 주체가, 운동권 세력이 권력의 주체가 되면서 또 한 번 굴곡(屈曲)의 서막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애써 쌓아올린 민주화의 탑이 교체된 신 권력에 의해 다시 허물어지고 있는 역설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법치가 무너지고 정의 공정은 그들만의 잣대로 ‘내로남불‘이 되었다. 갈망하던 그 ’자유’는 이제 헌법에서 추방될 운명에 처해있다.

   

꼬이고 꼬여가는 정국의 원천은 ‘진영 논리‘와 ‘머릿수의 오만‘에 있다. 80년대, 운동권 문화는 이념투쟁으로  변질되고 아군 적군의 진영논리로 사회의 분열과 적대감을 확산시켰다. 머릿수의 우위를 차지한 여당은 걸핏하면 개헌을 들먹이며 갑질을 서슴치 않는다.

얼마 전 “이게 나라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나라가 니꺼(네것)냐?“는 분노의 함성이 대낮에 촛불행렬과 함께 터져 나온다.

명목상 검찰개혁을 주장하면서 실제로 검찰무력화 내지 권력의 시녀화를 꾀하는, ‘검언유착’ 아닌 ‘권언유착’의 시나리오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천박한‘ 권력의 술수가 난무하는 시대에,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신풍속도를 펼쳐 보이는 듯하다.

(글-청사, 시인 칼럼니스트) 


주)앞의 포스트가 편집기능이 되지않아 수정본을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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