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현실 13
[시와 현실13]
▶올해는 제야의 종도 취소한다고 한다.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아쉬움이 크다.
언젠가 자정 무렵, 보신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제야의 종소리 현장,
그 짜릿한 순간을 느껴보기 위해서,
타종을 하는 사람 중엔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도 보였다. 하지만 누가 치던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마침내 첫 종소리가 울렸다.
함성이 터져 나온다. 종소리를 시작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설렘과 들뜸도 잠시,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먹이를 구할지 무엇에 삶의 의미를 두고 살아걸 것인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올해는 코라나 19 팬데믹으로 나라 전체가 얼어붙었다. 매순간, 삶과 죽음이
고차되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게다가 더욱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것은 ‘정치의 팬데믹’이다.
나라의 중추인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이 둘로 갈라서 사생결단으로 싸움질이나
해대니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건 애꿎은 새우다. 새우는 힘이 없지만 주권자란
이름이 될 때 모든 힘(권력)의 근원이 된다.
헌법 서두에 이를 명백하게 제사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되는데 지금 우리는 거꾸로 돌아간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공수처까지 만들어
슈퍼 공룡이 되고자 한다.
이 과장에서 불거지는 법을 빙자한 직권남용, 법치주의의 붕괴는 또 다른 불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멈추지 않는 광폭열차는 머지않아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 <무엇이/ 종소리를 멈추게 하나/ 무엇이 울리던 소리마저/ 얼어붙게 하나>
이 작품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이다. 그 ‘무엇’은 종소리를 멈추게 하고 한편으로
분출하는 ‘함성‘을 멈추게도 한다. 병치기법(은유)을 통해 표면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을, 암시적으로는 정치적 팬데믹을 은유한다.
코로나가 보신각 종소리바저 멈추게 한다면 '정치적' 팬데믹으로 마치 마그마처럼 분출하는 양심의 함성까지 일어서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다.
<무엇이 종소리마저/ 차디찬 冷笑, 침묵의 자물통으로/ 거센 파도, 밀려오는 설렘을
覺醒의 우리, 분출하는 자유의 함성을/ 무엇이 우리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선발된 정치권력이 진정한 주권을 압도하는 비정상의 현실,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팬데믹 현실, 우리를 가로막는 그 ‘무엇’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