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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간] 2월호 권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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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멀게 만 느껴지던 봄이 거짓말처럼 우리 앞에 다가왔다. 봄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당신의 마음에도 꽃을 피우고 싶어요” 고맙구나 그리고 부끄럽구나.
아직 겨울의 눈 속에 웅크린 우리 마음이 부끄럽구나. 계절의 봄을 기다리면서
내 마음의 봄을 잊었구나.
그리스 신화에는 시간을 관장하는 시간의 신(神)이 둘이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이다. 전자는 물리적인 시간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다. 후자는 특정의 의미가 부여된 시간이다. 주관적이며 의지적인 기회의 시간이다.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문학적 시간도 카이로스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 시간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아름다운 설탕의 시간들/
사각사각 아름다운 눈(雪)의 시간들//
한 불안한 결정체의/ 시간들도 있습니다/ 사각사각 바스러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무너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시간이 지나갑니다/ 시간의 마술사는 깃발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휙/ 역사가 휙/ 문명이 휙//시간의 마술사가 사각사각 지나갑니다/ (하략)“ -최승자 시인의 <시간이 사각사각>에서
이 시는 주관적 문학적 시간의 속성을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심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순간순간 변하고 사라지는 생멸(生滅)의 시간에서 역사나 영원과 같은 불멸(不滅)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문학의 시간은 순간에서 영원을 꿈꾸는 마술의 시간이다. 이런 마법이 가능한 것은 문학의 상상력과 영감(靈感)의 발현으로 창작되는 예술적 창조의 힘 때문이다.
금세에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는 나약한 문명의 굴복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변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수정하지 않으면 지구문명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과학을 내세운 물질문명은 한계에 부딪쳤다. 인본 예술존중의 시대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자연 생태존중의 사고로, 개발만능의 사고에서 환경 생명존중의 사고로 전환이 시급하다.
포스트 COVID-19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의
정립도 서둘러야한다. 사회경제 분야의 특성은 탈세계화의 가속화, 디지털 전환의 촉진, 소비행태의 변화, 언택트(비대면)문화의 확산 등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분야, 특히 문학예술의 역할도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문학은 치유를 돕는 묘약이다. 감정 정화기능은 상처 입은 마음을 위무해준다.
물질문명은 크로노스에 기대지만, 문학예술은 카이로스의 창조적 능력에 비중을 둔다. 흔히 문학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이야말로 인간의 정서 감정을 질료(質料)로 하는 창작예술인 만큼 변화의 선봉에 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수 창작예술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한국의 문예 진흥정책을 한마디로 “문화는 넘치는데 예술은 빈곤하다“고 말한다.
이런 저런 문화 쪽의, 예를 들면 공연 전시 행사와 같은 일자리 중심의 지원은 풍성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정작 순수창작예술 쪽의 지원은 빈곤하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매년 공모하는 ‘창작기금 공모사업’은 복권당첨 만큼이나 어렵다고들 말한다. 공모사업의 생명인 공정성의 확보는 외부적 요소는 다소 개선이 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조직 내부의 공정성은 담보할 길이 없다.
그나마 선정인원은 얼마 되지 않아 대다수 문학 예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문제는 예산확보의 한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또 제한적인 공모사업보다 창작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정책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담배기금이나 복권기금에서 얼마를 배정 받았지만, 이마저 바닥이 보인다고 한다. 순수 창작예술을 비중 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문체부에서 창작예술지원부로 독립시켜야 한다. 또한 연속성이 담보되는 독자 예술지원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뉴 노멀 시대의 문학은 팬데믹으로 지친 일반인 독자를 위무(慰撫)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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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
병산서원 광영지에서 모독의 순간을 맞는다
광영지 반쯤을 채우고 있는 자미 꽃잎들
연못에 떠 있는 꽃은 진 꽃이다
핀 꽃보다 아름다둔 진 꽃은
핀 꽃에 대한 모독이다
한때 핀 꽃이었던 자신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낙화의 순간 어느 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이
꽃잎들을 광영지에 내려놓은 것
바람이 생각 없이 그러지는 않았을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를 놓지 않으려는 꽃잎이 애처로워
연못에 순장의 자리를 마련했겠지만
다시 생각해도 핀 꽃에 대한 모독이다
흰 구름이 광영지를 떠나지 않는 이유일 거다
누구나 필생이 사후의 모독이기를 원하지만
*출전; 월간 <문학공간> 21. 2월호
시인 문학평론가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떠돌이의 노래> <강 깊은 당신 편지>
장시집으로 <사당 바우덕이><시베리아의 침묵> 평론집으로 <김수영 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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