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이 사납고 거친 일기 속에서도 우편물은 오고 가네요,
현관문 앞에 우편물을 놓고 간다는 택배기사 메시지를 보고
가보니 물에 젖지 않도록 정성들여 포장을 한 책 한권-
다름 아닌 나의 시집 <열락의 바다>한권과 판매사에서 덤으로
보낸 예쁜 수첩한권, 참 느낌이 묘하네요,
알고 보니 우리 집사람이 보내준 특별한 선물이라네요,
가까운 잠실에 있는 한 대형서점에 가보았지요, 내 시집이
배포되었다는데 겸색대에서 <열락의 바다>를 치니
신기루처럼 정보가 뜨네요, 감동도 잠시-
위치정보를 가지고 마치 미로를 헤매듯 알파벳을 따라가니 오리무중,
한참 뒤에 겨우 발견한 곳은 매대 아래 칸 어둑한 곳에-
왈칵 울음이 솟구쳤지만 참았지요. 옆에 아내가 동행하고 있으니까요
매장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황제 시인들의
특설 매대가 꾸며져 있어,
마치 그리스 신전의 위상처럼 당당한데-
오직 유명과 무명으로 구분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냉혹한 현실-
책과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 미디어 매체, 신문 방송의
문화부에서 그때마다 생산해내는 ‘신간소개’ 기사거리 가 그나마 독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통로가 된다. 그러나 유심히 보면 그 나물에 그 밥,
유무명의 구분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불문율로 통하는 곳, 이른바
유명 문인, 유명 시인이 방귀만 뀌어도 기사거리가 된다.
순진하게 오두방정을 떨지만 막상
눈에 덜 익은 이의 책은 냉정하게 던져진다.
“자세히(오래) 보아야 예쁘다” “아프니까 청춘(사람)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류의 ‘습관성 관용구 중독증’(습관증)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독자에게까지 전이(轉移)되어 심각한 독서문화의 폐해로 이어진다.
(일부 양심적인 보도기자의 자존심에 재를 뿌렸다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매체의 안목은 독자의 독서수준에 영향을 준다. 이제 독자 스스로 깨어있는
안목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향수할 권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
►더는 내려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닥까지
그 비어있음으로 더욱/
깊어지는 충만의 그리움.
-시 <달 항아리>중에서
►문득 낡은 육신을 벗어/ 후박나무 아래 뿌려지고//
그 굽힘 없는 대자유의 곧은 의지/
가지로 뻗고 잎으로 무성하네/
그 열정 / 반짝이는 햇살로 눈부시네
-법정스님 소재 시 <통나무 의자>중에서
►파도소리커녕 외론 물새소리도
오지 않는 기억의 저편, / 저 혼자 넘실대는
바다가 너무 멀어/ 어디쯤인가, 생멸이 없는
열락悅樂의 바다,//
-시 <열락의 바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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