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문예통신] 24. 8.1(목)
/여름시 감상////
물레방아-기청
내 어릴 적
방아마을 외딴 곳
물레방아는 홀로 돌았지
낮 밤 없이 돌았지
후끈 달아오른 여름날 밤
동네 아이들 몰래 만나
풋사랑 나누던 밤도
저 혼자 돌았지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진
낡은 물레방아가 삐걱거리며
절로 저절로
내 깊은 곳에 덩더킁
쓸쓸한 여운을 남기고
그때 나는 몰랐지
삶과 죽음,
윤회의 끝없는 물레방아
왜 그리 돌고 도는지.
▶출전; 기청 시집 <열락의 바다>
6부 ‘여백의 장’ 중에서
------------------------------------------------------
더 늦기 전에
참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네이버 검색창=>'열락의 바다' 검색
인터넷 서점으로 이동
//////////////////////////////////////
계간시원 표지(24 여름호) 통권 032호
발행인 김송배, 주간 정순영, 편집국장 강명숙
-----------------------------------------------------------------
계간시원 권두칼럼(24. 여름)
시집 한권 값의 세태
-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얼마 전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로 낙찰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찌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한편으로 예술인들의 자긍심이 되지만 정작 작가의 입장에선 서글픈 세태를 반영하는 아이러니가 되기도 한다.
<21일 미술품 경매회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경매에서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은 1억 6500만원에 낙찰됐다. ‘진달래꽃’은 김소월이 생전에 발행한 유일한 시집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초창기 형태를 잘 보여 주는 중요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시집은 1925년에 중앙서림이 펴낸 것으로, 유실되거나 손상된 장이 없고 인쇄 상태도 좋은 편이다. 종전 국내 근현대문학 최고가는 1926년 출간된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기록한 바 있다. 이 시집은 지난 2월 한 경매에서 1억 5100만원에 낙찰됐다>-신문 자료에서
낡은 시집 한권 값이 억 원을 넘다니,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정작 김소월은 신문사 지국 운영을 하다가 실패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주인공 이 되었다. 비슷한 사례로 화가 이중섭의 ‘소‘ 한 점 경매가는 47억원에 낙찰되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소의 작가 이중섭은 생전에 제대로 그림 한 점 팔아 돈을 쥐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예술이 돈을 불리는 투자가치의 개념으로 전락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작품 한편을 위해, 그림 한 점을 위해 가혹한 현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인 작가와 오늘의 경매가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고서화의 희소가치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요즘 시집 한권 값은 얼마가 적당할까?
시중서점에 나온 시집 한권 가격은 보통 1만원 내외다.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 이다.소설 등 산문 서적의 가격이 1만 4천원 내외 인 것이 이른바 공정가격(출판협회가 제시한 기준가)이라고 한다. 출판사와 시집을 출판한 저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것이다. 출판사는 시중 책값의 공정가를 내세운다. 하지만 저자는 책 한권의 경제가치보다 자존심의 가치로 생각할 것이다.
< 소설 『파친코』의 새로운 계약 조건은 판권 기간 4년, 판매량 보고 간격은 3개월로 하고, 최소 선인세 20만 달러(약 2억 5,000만 원)를 포함해 인세 10% 지급 조건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출판사가 판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출판사 인플루엔셜이 이 책의 판권을 계약했고, 국내 출판계에서는 최종 선인세가 200만 달러(약 25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책 가격(권당 1만 4,500원)으로 약 170만 부가 팔렸을 때 지급되는 비용을 책의 계약과 동시에 미리 지급하게 된다.>
-신문기사<책의 가격>에서
물론 다른 장르인 인기소설 서적의 경우이지만, 시집출판과는 사뭇 다른 비현실적인
‘행복한 비명’으로 들린다. 판권 인세에다 선인세라는 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출판사의 먹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대부분 오늘의 우리 영세 출판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또한 극히 일부의 기획출판이 아닌 대부분 자비출판의 경우는 더욱 가혹하다.
수년 혹은 수십 년 써서 모은 작품을 묶어 한권의 시집으로 출판한다. 저자에게는 더 없는 생의 수확을 거두는 보람이다. 하지만 수백만 원의 출판비를 부담해야하는 아픔이 따른다. 그래서 책값이라도 얼마로 찍어 체면유지를 하려 하지만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몇 부 시중 서점에 나가는 책값은 이른바 공정가격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영세 출판사의 입장에선 공정가격을 지킨다지만. 저자의 입장에선 그게 아니다.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독서실태 조사에서 10명중 6명이 일 년에 책 한권도 안 읽는다고 한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물가는 어떤가? 자고나면 오르는 것이 물가라 심장이 약한 주부는 시장가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얼마 전 총선 때 대통령이 대파 한단을 들고 750원이라 흔들었을 때(시중가 2500원 내외) 이 땅의 주부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요즘 사과 한 개가 만원을 넘는다 하니 가히 고물가 시대의 비애가 절절하다. 직장인 한 끼 점심 값이 대충 만원에서 만 오천 원선이다. 식품비도 중하지만 책은 정신을 키우고 영혼을 살찌우는 선약(仙藥)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고물가 시대에 시집 한 권 값이 사과 한 개 값과 맞먹는다면 이건 분명 문제가 아닌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