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에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가상현실을 보듯 빠른 속도로, 상상을 뒤엎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뉴스를 독점하고 평양에서 생방송이. 백두산에서
천지연에서 두 정상이 함께 산보를 하고 있다는데-
금방 평화가 오고 남북통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꿈-한반도는 갑자기 집단
최면에 결린 거대한 무대로 바뀌어버린 듯.
모두 과거를 잊은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몽유병 환자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에 대해 한 점의 의심이나 이성적 판단이
끼어들 여유도 없이, 누군가 이미 기획된 연출에 의해 일사천리로
실시간으로 영상이 만들어지는 그런 숨 가쁜 촬영현장을 보는
느낌이다.
평화를 바라고 열망하는 마음이야 누군들 책망할 것인가? 하지만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란 엄연한 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가 민족을 전쟁의 불도가니에 몰아넣었고 누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대량생산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오히려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였는지.
누가 당사자 간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파기를 하고 핵개발 미사일로
평화와 인류의 존립까지 위협하였는가?
평화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냥 오지 않는다 철저한 과거의 반성이
전제되어야한다 현재의 정치집단이 졸속으로 만들어낸다 해도
결국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평화는 지극히 불완전한 ‘시험대 위의 불꽃‘이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펑하고 순간의 불꽃으로 사라져버린다
상호신뢰와 철저한 과거의 반성, 민족과 인류에 대한 책임과 단호한
의지만이 항구적인 평화를 약속해 줄 수 있다.
너무 앞서가는 상상이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정치권력의 술수까지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트럼프의 눈치를 보기 위해, 좀 더 솔직히 누군가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위해 무조건 실적을 내려는 그런 조바심도 경계해야한다.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국민을 현혹해서도
안된다 민족의 미래에 관한 문제를 좀 더 이성적으로. 실현가능한 문제부터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추석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제는 혼미하고 실업인구는 IMF 이후
최대치라 한다 통일이나 평화보다 빵이 더 급한 서민들은 조상께 올리는
다례상 물가 걱정에 잠을 설친다 자칫 오늘의 현란한 평화바라기 현상에
서민의 다급한 현실문제까지 함몰되지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글 청사-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