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시]
기다리는 비는 안 오고
애타게 목마른 기별은 안 오고
마른 개천가 날파리떼만 서로 엉겨
벌이는 한바탕 목숨의 축제
먼 태평양 끓어오르던 바다
거센 바람을 몰아오면
후두둑
따가운 회초리 맨몸으로 맞으리
노란 삼베적삼 하얀 박꽃의 지붕
밤새 피어오르던 매캐한 쑥 냄새며
아련한 향수에 젖어
날밤을 지새도 마냥 좋으리
기다리는 비는 안 오고
불 꺼진 저자거리 환청(幻聽)으로 들리는
쓰르라미 울음만 따가운데
IMF 때 놀란 가슴 떠올리며
하얀 바닥을 드러낸 개천가에 모여
마른하늘 천둥이 울 때를 기다려
서러운 그들,
뜨거운 방울방울 쏟아내는
납덩이의 눈물.
출전; 미발표 근작
일기예보는 장마라는데 남쪽 어디쯤에서 장마전선은 오르락 내리락
애를 태운다 서울 경기 중부 지방은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숨이 차오른다
이편 저편 가르기 좋아하는 중생을, 꾸짖기라도 하듯 날씨도 반쪽 장마
반쪽 가뭄으로 갈라 장단을 맞추는 건지---
애타는 가뭄보다 서민의 애가 끓는 요즘의 경기가 더 안타까운
노릇이다. 차라리 하얀 박꽃의 지붕, 매캐한 쑥 냄새의 모깃불,
노란 부채의 향수가 그리운 시절이다.
(글-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