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하다보면 알지 않을까?

by 소신

정말 모른다. 누가 대신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할 때 많은 노력과 애를 써야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내가 그 증오하는 것, 짜증나는 것, 혹은 두려운 것을 접하고 힘을 들여서 해야하는 이유. 하지만 별 수 있나? 그냥 해야하는 상황이 옴에 따라 몸은 움직이고 있는데.


내게 주어진 특정 상황 때문에 꼭 해야한다고 생각해보자. 굳이 이유를 억지로 맞지 않는 퍼즐에 비슷하다고 끼워넣는 식으로 풀어봐야 찜찜하게 내 마음 속 증오와 내 상황에 대한 미움만 커져갔다. 내가 있는 곳에 전에는 신경 쓰지도 않던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들, 좋지만 괜히 혼자 신난 것 같아 심기불편해지는 화창한 날씨, 배가 고프지 않아 속까지 안좋아지는 향긋한 음식 냄새 등, 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거슬리고 억울해졌다.


나를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것들은 꽤나 많았었다. 한가지 쉽게 생각 나는 건, 난 공부가 그랬다. 앉아서 내가 관심도 없는 내용, 커서 아무리 봐도 쓸모 없을 것 같던 수업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냥 하는 것.


그냥 하다보니 어느정도 와 있더라. 명분을 찾는 그 시간이 무더운 사막에 길 잃은 부랑자 같게 느끼게 했었고, 그저 이유 (또는 원망?) 없이 걷다보니 먼 길을 와 있더라. 때론 그런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일인지를 알지만 시치미 뚝 떼고 그냥 한 걸음씩 옮기다 보니 이미 끝나더라. 처음엔 한 걸음 땔 때부터 욕이 나오긴 하지만.


"Gaslighting" 가스라이팅. 위키백과는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또는 가스등 효과(--燈 效果)는 뛰어난 설득을 통해 타인 마음에 스스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 위키백과


하다 보면 이유가 생기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자신에게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투약한다고 생각해보자. 내 친한 친구는 이 것을 "행복라이팅"이라고 부르더라(난 이 이름이 썩 마음에 든다). 순진난만한첫인상과 달리 위험할 수 있다. 이 부분이 흥미롭다. 행복라이팅을 무리하여 사용하는 경우, 너무 자기 자신을 밀어붙히거나 실제로 현실에서 벗어나 이데아 세계에서 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세상에서 적당한 술을 기울여 그저 그런 하루를 마무리 하듯이 적당히 행복라이팅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누가 아나? 내가 그 일과 사실 사랑에 빠질 운명인지.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


그래서 난 필요가 생긴다 싶으면 그냥 한다. 하다보면 좋은 이유도 보인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면 때려친다. 난 그 시간에 다른 도전을 하고 또 행복라이팅에 노력을 어느정도 해보겠다. 남들이 이유를 알려준다 해도, 중요한건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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