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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Feb 17. 2022

우리 자신을 뒤로 미루지말기로 해요

공병문고 - 자궁근종 복강경과 유방 맘모톰을 한 건에 대하여

회사 면담을 앞두고 작년을 돌아봤다. 아마 아직은 연초라고 해도 된다고(믿어서) 작년을 자꾸 열어보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도 충분히 벅찼는데, 상반기에는 자궁근종 복강경 수술을 했고 하반기에는 유방 맘모톰을 했던 2021년. 지금 생각하면 전생같은 시간이다. 



35세 이상의 50%가 자궁근종을 갖고 있다고 하고, 수술 역시 너무나 많이들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한 없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수술 날짜를 잡고 밤에 자기 전마다 '30대 자궁경부암' '30대 유방암'과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보곤 했다. 그리고 찾아보면 생각보다 30대 암 환자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된다. 


정기 검진을 통해 자궁근종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여동생이 먼저 근종 수술을 크게 했기에 나 역시도 추적 관찰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근종이 하나 꽤 큼지막해졌고 위치가 좋지않으니 더 커지기 전에 자궁경 수술을 하면 어떻겠냐는 권고를 들었다. 마음 먹었을 때 해야한다고 생각했을까, 쇠뿔도 단김에 빼는 심정으로 회사 업무가 몰리지 않는 시기를 최대한 찾아 수술 일정을 잡았다. 내가 없는 동안에 업무를 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 다들 걱정말라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은 회사로 복귀해서 찬찬히 갚아가기로.


수술을 하자는 말에 안그래도 한창 생리통 약을 먹어도 통증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던 날들이 떠올랐다. 통증 떄문에 새벽에 끙끙 소리를 내며, 아픔을 삼켰는데, 참아도 안되는 거였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참을 수 없는, 참지 않아야 하는 아픔들이 있다는 것도. 



코로나 시국에 1인실 쓰기 

1인실은 보험이 되지 않기에, 1인실을 제외하고 알아보던 중, 코로나이고 하니 조심하자는 가족들의 의견을 따라 1인실로 예약했다. 금액적인 부분은 무시할 수 없었지만, 화장실을 혼자 쓸 수 있다는 점, 불을 내 마음대로 끄고 킬 수 있다는 점, 편히 혼자만의 시간(물론 통증도 함께했지만)을 보낼 수 있어서 아깝지는 않다. 


수술하기 전날에 약을 먹는데, 약이 너무 독해서 심한 복통에 괴로웠다. 자꾸만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게 됐다. 전날 병원 근처에 호텔을 예약해서 숙박하길 정말 잘했다싶었다. 통증에 계속 뒤척이다가 지쳐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엄마와 함께 걸어서 병원으로 가는데, 내가 아파하는 모습에 엄마도 많이 안타까워하셔서 죄송스러웠다. 물론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이 모든 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병원에 가서 각종 수속을 밟았다. 1인실을 최우선순위로 신청했는데, 1인실로 배정이 되었고, 가져가는 짐은 최소화 했다. 코로나이다보니 가족을 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마와 자잘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손을 꼬옥 잡았다. 수술실 문이 열리면서 내 이름이 호명됐고, 수술실에서 대기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저온으로 유지되다보니 너무 추웠다. 춥지 않게 담요를 가져다주시지만 공기가 너무 차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만약 사후 세계가 있다면 이렇게 추울까, 싶을 정도의 추위였다.소파에서 대기하는데, 나처럼 수술을 기다리는 다른 분도 왔다. 어떤 말도 건낼 수 없는 그런 시간. 간호사의 안내를 받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서는 바로 마취를 했는데 처음엔 마취 안될까봐 걱정했지만 역시나.... 순식간에 잠들었고, 눈을 떠보니 수술은 끝나 있었다. 카톡에는 수술을 잘받으라는 가족들의 연락, 친구들의 연락이 있어서 고마웠고, 걱정시키지 않는게 제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내맘대로 안되서 문제겠지만? 


제거한 근종은 조직검사를 위해 보내졌다고 했고, 결과는 그 다음주에 듣기로 했다. 



수술을 하고나니 생리통이 많이 사라졌다. 약을 아예 안먹어도 되기도 했고, 심한날은 한 알정도로 충분했다. 잠 못 이루는 복통은 자궁근종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확실해졌고, 당시에 수술을 지내온 내가 대견하다. 그래서 한동안 자궁초음파 검사를 안받은 동료들과도 수술 얘기를 종종 하며, 복통이 심하면 검진을 꼭 받아보라 했다. 


오랜만에 작년의 수술 기록을 남기는 건 오늘 자궁초음파를 보고 왔기 떄문이고, 여전히 제게는 근종이 있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러분, 아프면 참지 말아요. 우리 병원에 갑시다.
우리 자신을 미루며 살지 말아요.


― 맘모톰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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