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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Sep 08. 2019

올리브 오일이 선물한 '여름의 맛'

막상 끝났다고 하니 아쉬운 여름에게

나는 여름이 어렵다
(아주 많이)



더워서 지치기도 쉬운데 가뜩이나 몸에 열이 많아서 더운 날에는 곧잘 잠에서 깬다. 심지어 요새도 에어컨 예약을 걸어놓고 잔다. 그런 내가 초여름을 손꼽아 기다린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TWL 여름의 맛 기획이 궁금했기 때문.


출처 | TWL(Things We Love) 홈페이지


TWL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브오일 워크샵 공지가 떴을 때, '올리브오일'이라는 주제에 세 번 놀랐다. 


1. 음식을 좋아하면서 올리브오일을 메인으로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

2. 또 오일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는 데 한 번 더 놀랐고

3.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다는 데 놀랐다. 


_                                    

곽지원 소믈리에 인스타

@unos_segundos


이번 워크샵에는 스페인에서 올리브오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곽지원 소믈리에가 직접 올리브오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오해와 진실, 알아두면 좋은 올리브오일 상식에 대해서도 다뤘다. 


음식을 조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에 집중하는 워크샵이라고 하니 궁금한 마음도 들었고, 함께 페어링하는 메뉴를 준비하는 홈그라운드 안아라 셰프님의 요리도 궁금한 나머지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하게 됐다.


올리브오일의 색도 제각각, 햇살을 닮은 오일과 연두빛을 닮은 모습들 


이번 '여름의 맛-올리브오일'은 시중에서 만날 수 없는 오일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욱 소중한 체험이었다. 스페익 엑스트라 버진 올리보일 5종이 담겨있는 보틀까지도 매우 아름다웠다.



올리브오일 시음은 처음이라―

올리브오일을 시음하는 데도 방법이 있다.


올리브오일의 향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예열'하는 시간


우선은 올리브오일이 담긴 잔을 손의 온도로 데워준다. 그리고 우선 코로 그 향만 느껴보고, 그 다음에 입안에 머금고 그 맛을 탐구하게 된다.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혓바닥을 천장에 갖다댄 다음 '습습'하며 입 안에 공기를 주입하면, 올리브 오일의 향을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풀향도 나고, 매콤한 맛도 느껴지고, 둥근 오일도 있었다. 오일을 시음하면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 최대한 그 맛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평소에 음식을 맛볼 때, 단편적으로 느끼는 편이라 이렇게 올리브오일 시음을 통한 '맛을 세밀하게 쪼개고, 분류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고, 올리브오일 시음이라는 새로운 경험도 즐거웠다.  



그리고 홈그라운드에서 준비한 테이스팅 플레이트와 오일을 함께 페어링해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처음엔 페어링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일의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 거의 원샷(!)했는데, 부족한 오일은 새로 채워주신다. 


과일과 채소, 햄은 어떤 오일과 페어링이 좋은지 그 조화를 찾아보려 했다. 개인마다 취향이 있겠으나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음식에는 아르베키나, 올리브유가 메인이 되는 음식은 피쿠알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으로 마무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2시간 남짓의 시간.


비염 탓에 향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 귀한 올리브오일을 제대로 테이스팅을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함께 워크샵에 참여한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함께 맛과 향을 느낀 것을 나누는 경험이 굉장히 소중했다.


'앞으로 식재료의 향을 맡아보고, 맛보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마지막으로 안아라 셰프님의 코멘트까지. 너무 소중했던 시간. 얼마없는 휴일, 무더위를 뚫고 273 파란색 버스를 타고 오길 잘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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