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아침엔 브런치 먹으러 달려가보자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
결혼 전 소싯적에는 퇴근 후 한적한 대학가 카페에 앉아 혼자 책읽기를 좋아했더랬다. 결혼 후 일을 쉬며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상하게 나 스스로에게 쓰는 돈이 너무 아깝게만 느껴졌다. 내 옷이나 화장품을 사려고 해도 "이 돈이면 애들 00을 해줄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으로 귀결되어 내가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후순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여전히 처녀 적의 마인드였다. 나 자신을 꾸미고 돌보는 것이 여전히 중요했고 외출할 때면 나를 먼저 꾸미고 아이의 옷을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두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는 그럴 정신도 없었거니와 마음가짐이 먼저 달라졌다.
'아이들 먼저 챙겨야지.'
이런 마인드는 소비에도 그대로 반영되곤 했다.
가끔 카페 데이트를 하자는 남편의 말에 응하기는 했지만 그 돈이 꽤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제 나도 40하고도 알파가 되자 아이들도 꽤 컸고 일단 예전만큼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카페 가서 음료수로 멋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브런치로 멋과 허기를 달래기로 한다.
남편은 정보 검색의 왕이고 농촌이랄지 소도시랄지에서 무려 45년 가까이 살아온 이력과는 다르게 브런치카페 가는 것을 좋아했다.연애시절 '시골남자(?)가 뭐 이렇게 스테이크를 다 좋아한담?' 하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토요일 아침, 평일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바쁘게 깨워 아침밥을 들이밀어야 하지도 않고 몸도 마음도 노곤노곤해지며 더 늘어지고픈 그런 날엔 그저 브런치 카페로 가보자. 읽고싶은 책 하나 챙기면 금상첨화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읽고 싶은 책이나 공부할 거리를 들고가면 좋을 것 같다. 브런치 카페의 잔잔한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행복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대신 브런치 카페의 오픈 시간을 알아두고 조금 일찍 나선다면 금상첨화다. 좋은 자리는 텅 비어서 나를 반길 것이며 시간부자와 공간부자가 된 착각(?)에 빠져 잠시 일상의 고단함과 노곤함을 잊을수 있게 말이다.
토요일 하루만큼은 아침 식사 메뉴 고민하지 말고 근처의 멀지 않은 브런치 카페로 가는 것. 주말의 스타트를 평온하게 시작하는 요즈음의 내 나름의 방식이다.
(2024. 7)
덧. 8월부터는 다시 치료 받느라 좋아하던 브런치 카페 가는 일도 도통 못하고 지냈네요. 뭐든지 건강하고 체력이 있을때 해두며 살자?!싶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