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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an 31. 2020

어쩌다 작가

그들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처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은 열여섯 살,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오던 날 어머니가 선물해준 라디오를 켰을 때였다. 텔레비전에서만 봐오던 연예인들이 방송에서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조근조근 말을 건넬 때, 그리고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울고, 웃고, 위로받으며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서 방송 작가를 꿈꾸게 된 나는 곧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존재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그토록 순수하게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굉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것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인기 많은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일종의 권력을 갖게 되는데, 그래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도 크겠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누군가의 팬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세계에서는 그랬다. 누군가를 함께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던 시절,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반짝이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세계는 애틋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가끔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둔 채 꿈을 꾸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다시 말해 내가 방송작가가 된 것은 라디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이들 덕분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멀고, 아득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직접 내가 쓴 글을 읽거나 내 글에 반응하며 대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살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들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시요일 엮음, 『시인의 시작』, 미디어창비, 2019.

  

  나의 시작은 그러했는데, 시인들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요즘 <시인의 시작>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시 큐레이션 앱인 시요일에서 한국시 100년을 맞이하여 김소월부터 성다영까지 시인 100인의 시작을 엮은 책이다. 등단 연도의 역순으로 수록된 시들을 보고 있으면, 시대마다 조금씩 변하는 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다양한 시를 접하며 자신과 결이 맞는 시인을 찾아보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 된다. 무엇보다 위대한 사람, 유명한 사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처음은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첫 시작은 꿈을 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방법

  꿈을 기 시작했다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길을 걷는다면 결국 꿈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반드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행동하기 전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쳐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생각이 정리되고 행동하기로 결심하면 미루지 않는다. 그대로 저지른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한다. 이를테면 나는 어쩔 수 없어서 행동한 적이 많은 것이다. 이 마음을 나도 어쩔 수 없어서. 멈출 수 없어서.


  꿈 역시 마찬가지였다. 꿈을 갖는 것에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

  꿈을 향해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면 결국 어떤 지점에 맞닿게 되는데 나는 그것을 '선택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대로 갈 것인지 혹은 다른 길로 접어들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계속해서 지 않고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걸어간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멋진 길이 펼쳐질 수도 있다. 힘들면 잠시 멈춰도 된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걸어왔다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는 것도 좋다. 때로는 잠시 다른 길로 걷다 보면 예전에 걷던 길과 만나는 지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금의 나처럼.


  중요한 것은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다. 내 삶을 진지하고 깊은 시선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속도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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