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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Feb 07. 2020

지구에서 연애중

모든 사랑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며 살고 있나요?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언제나 조금쯤 슬픔을 느낀다. 행복과 불행은 늘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영원하고 완벽할 것 같은 시간도 조금씩 변해가겠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란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금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를. 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이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이 변해가는 것들을 볼 때면 문득 쓸쓸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나의 삶이 자연스레 흘러가기를 바랄 뿐이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미래를 구성하는 것은 수많은 ‘오늘’이다. 현재가 모여 미래가 된다. 지금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내 앞에 주어진 현재를 사랑할 때에 비로소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줄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사랑은 내 마음속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 주고, 그 사람의 존재가 커져가는 것을 마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어떤 대상이라도 모두 사랑할 수 있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그 어떤 대상도 사랑할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일, 꿈, 그리고 나 자신도…….  하지만 가끔은 연애가 귀찮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는 게 팍팍하면 그렇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나의 일상에 초대한다는 것은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작은 것도 쉽게 얻어지는 법이 없는데,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다만 중요한 것은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나를 사랑하지 않고, 타인을 올바로 사랑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보이는 첫 번째 감정은 경계심이다. '내가 좋아?', '정말 나를 사랑해?' 와 같은 질문 속에는 나조차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그래서 아무도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던 나를, 당신이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묻는 의구심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신은 우리 모두에게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의 탄생 역시 부모님의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아이를 가진 후 어머니는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아이를 몸속에 담고 살아간다. 부르튼 살에 에이면서,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기분을 느끼면서,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한 발짝 떼는 것조차 힘겨워하면서 그렇게 아이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견뎌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가끔씩 내 안에 나를 홀로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가리켜 고독이라고 부른다. 고독은 인간이 지닌 본성이다. 사랑과 고독은 행복과 불행처럼 언제나 맞닿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랑하면서도 외롭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이라고 생각했던 공간도 사실 어머니의 자궁 안이었듯이 고독은 사랑 안에 내재되어 있다.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할 수 없어서 외로울 뿐이다. 굳이 타인이 아니더라도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나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고, 스스로를 안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외로운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많은 것이 변해간다. 그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진이 빠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다. 고요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사랑이란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초대하는 것

  정세랑,『지구에서 한아뿐』 , 난다, 2019.


  사랑은 이렇듯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 그리워하는 은밀한 내면의 세계에 타인을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내 안에 나를 가두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하는 노력과 용기를 갖게 하는 힘이 된다.


『지구에서 한아뿐』 속 경민의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라는 고백이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2019년, 정세랑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인 『지구에서 한아뿐』이 발간된 지 10년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동네책방 에디션과 일반판의 표지가 서로 다르지만 연결된 느낌이라 나는 동네책방 에디션을 구매했고, 남자친구에게 일반판을 선물했다. 지난 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한 권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우주는 지극히 고, 사랑스럽다.


당신과 나의 우주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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