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첨단기술과 경제성장 속에서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정책은 위협적인 기후 문제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갈등 및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야기시켰다.
책의 저자 마야 괴펠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해서 경제 성장과 풍요로운 소비를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그리고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저 돈에만 눈먼 성장 모델이 전 세계적인 위기를 불러옵니다. 우리는 무엇이 발전이며, 바람직한 경제란 어떤 것인지 세심하게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오던 개념과 생각을 다르게 보는 법부터 익혀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떤 변화가 가능하며 바람직한지 서로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과정을,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순환을,
소모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원 착취가 아니라 자원 재생을,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대신 균형을,
돈이 아니리 가치를. p.116
부유한 서구 사회가 보이는 소비 행동은 오로지 비용을 외재화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소유와 사회적 지위를 자존감의 간판으로 내세운다고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 소비의 성격과 비중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지속성으로 나아갈 중요한 열쇠입니다. 이런 변화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목표가 곧 생태적 목표가 되도록 조화와 융합을 꾀하는 일입니다. p.169
외부의 반응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합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매달려 처음부터 진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주변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든 그러려니 넘어가야 합니다. 원래 품었던 의도가 빛을 바래지 않게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마십시오. 환경을 지키고 미래 지향적 세계를 꾸리고자 하는 책임만 해도 우리에게는 벅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절대 낙담하지 않고 유머와 웃음을 즐기는 것입니다. 미래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즐겁고 보람된 인생을 사는 일입니다. p.240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어온 지구의 기후 위기, 지금 이 순간에도 생태계를 위협하는 무수한 쓰레기들, 코로나펜데믹 이후 급격하게 맞이한 유동적 자본의 흐름과 그로 인해 빚어진 극심한 양극화 현상까지. 감당하기 버거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가야 하나, 지금 이 순간에도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허탈해지는 요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요즘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인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와 미니멀리즘이 떠올랐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지구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절제된 소비를 해나간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