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돈 맡겨 놓았니? 내가 은행이냐?
오늘 친구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단체방에서만 문자 하던 놈이 갑자기 개인 톡으로 문자를 보내길래 뭔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문자 받는 순간부터 짜증이 확 밀려왔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다다음 달에 돌려줄 수 있으니 돈 좀 빌려달라는 거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최소한 고민이라도 했겠지만 최근에 돈과 관련되어서 친구들과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거절했습니다. 이게 지금 당장은 찝찝해도 가장 깔끔한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애초에 안 봐도 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거절하는 게 가장 깔끔한 거 같습니다.
[친구 #1]
오늘 문자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돈이 없지 않습니다. 가상화폐에 투자를 한 상태입니다.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는 재미를 본 상태인데 그러다 보니 장기투자를 한다고 대출까지 받아서 가상화폐에 투자를 한 겁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 투자금을 빼지 않습니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가게 돈이 부족한 경우에도 절대 자신의 투자금은 빼지 않고, 동업하는 친구한테 자신은 돈 없으니 대신 돈을 내게 합니다. 생활비 등 여러 이유로 주변 친구들한테도 돈을 많이 빌린 상태입니다. 대체로 돈을 모으지 못하는 스타일이고, 경제 개념이 부족한 편입니다.
[친구 #2]
매달 말일에 저한테 돈을 빌려 가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돈을 빌려가면 그다음 주에 갚고, 다시 말일이 되면 또 돈을 빌려가고 그다음 주에 갚고... 계속 이렇게 반복이 되길래 그냥 더 이상 저한테 돈을 빌려가지 않아도 될 때까지 갚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에 그 친구도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저한테 빌려간 돈보다 더 많이 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경우가 더 있는데 너무 장대한 스토리가 될 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렵니다.)
친구라서 당연히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너무 미안하지만 자신의 상황상 정말 어쩔 수 없이 빌리는 게 아니라 빌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제 돈을 빌려가는 겁니다. 저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만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위의 두 친구에 경우는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한 친구에 경우 제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한 친구도 있습니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 라는 말이 왜 있는지 직접 체험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어쨌든 참 슬프게도 최근에 친구들과 돈으로 엮인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친구한테 돈을 빌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바로 거절할 수 있었던 겁니다. 너무 인정머리 없다고 생각할 수 있고, 친구가 돈을 돌려주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 경우 평소 이 친구들에 가치관이나 행동, 생각들을 자주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제가 너무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가끔은 저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친구 때문이든 저 때문이든 돈이라는 걸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 걸 겪은 후부터는 애초에 거절해 버리기로 한 겁니다.
저도 좀 이상한 게 가까운 친구일수록 상대방이 불편해할 만한 부탁은 최대한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대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지 않고, 사무실 확장이나 이사 때 짐을 날라야 될 때도 절대 친구들한테 부탁하지 않습니다. 힘들고 그 친구들 바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게 맞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어려울 때 돕고,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들 하니깐요. 하지만 굳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제가 지금 당장 부족하거나 없어서 빌릴 수밖에 없는 액수의 돈이라면 분명 친구한테도 부담이 됩니다. 친하다는 이유로 그 부담을 친구에게 떠 넘기는 행동은 제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네요. '친구니깐', '친구잖아...' 이렇게 쉽게 말하면서 하는 행동들 중 상당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자신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다른 사람한테도 과연 쉽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