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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May 01. 2018

권리금 받고 부동산 매매하기

7년 동안 운영해온 연습실 팔았어요

공유 사무실은 여러 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매달 월세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쓸데없는 소비는 줄이게 되었고, 빚이나 수익이 되지 않는 것들은 조금씩 없애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20대의 큰 결정 중에 하나였던 개인 연습실을 함께 사용하는 다른 팀에게 권리금을 받고 넘겼습니다.


[관련 글 : 좋아하는 취미로 돈 벌기]

휴학을 하고 한창 드럼을 치면서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에 원할 때 드럼 연습을 하고, 팀 합주도 비용 부담 없이 편한 시간에 원 없이 하고 싶어서 제 개인적으로 연습실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아버지가 건축 사업을 하던 친구의 도움도 받고,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오래 한 팀으로 있을 거 같았던 사람들과 함께 연습실 장소를 알아보러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자기 집에서 쓰지 않는 소파를 가지고 온 친구도 있었고, 같은 취미를 가졌고, 함께 연습실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에어컨과 사물함을 설치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 대신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했고, 졸업하고 거의 10년 만에 같은 동아리 사람들과 모임을 갖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저에게 소소한 수익을 안겨 주었던, 정말 저에게 많은 추억과 경험과 사람을 안겨 주었던 곳입니다.


퇴사 전까지는 이 연습실을 유지해 오면서 단 한 달도 손해를 본 적이 없었는데 퇴사를 하고 오히려 연습실이 관리가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퇴사 후에 이 연습실에서 최근까지 함께 합주를 했던 팀이 깨지고, 벌이고 있는 다른 일들에 더 신경 쓰느라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두 달 전부터 오래전부터 이 연습실을 사용하던 한 팀 말고는 저 포함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한 팀이 저보다 연습실을 더 자주 사용했고 오히려 그분들이 청소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번 달부터 연습실에서 손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액수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계속 신경 쓰던 찰나에 연습실을 계속 사용하기 있던 그 팀에게 계획에도 없던 연습실 인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 오래 사용한 장비들이네요

재미있게도 마침 그 팀도 연습실 마련을 오랫동안 고민 중이었다고 합니다. 일이 있어서 연습실에 갔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을 했던 건데 상대방이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연스레 권리금 이야기까지 갔습니다. 계약자의 이름을 변경하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보증금이나 월세 자체도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습실에 있는 장비들과 방음 공사에 든 비용이 더 비쌌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금액은 있었고, 상대방이 흥정할 것을 고려해서 좀 더 불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바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권리금]

솔직히 연습실에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제가 제시한 권리금은 합리적이다 못해 매우 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장비들 자체가 오래되었고, 방음 공사 비용도 친구가 해주었기 때문에 싸게 했으며, 제가 지금 넘기지 못하고 연습실을 정리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제 성향 자체가 적당한 선에서 제안을 하지 절대 과하게 제시를 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거의 쓰레기나 다름없는 물건들까지 싹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에 저는 권리금 받고 문을 나가기만 하면 더 이상 연습실은 제 것이 아니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사용하지 않고 있고, 함께 사용하는 사람도 없어서 매달 적자가 나고 있으며, 장비와 시설 모두 노후화가 심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방음 하나만은 최고이고,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저렴합니다. 그리고 합주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세팅은 다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점이 그분들로 하여금 권리금을 저에게 주고 이곳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일은 제가 말을 꺼내고 이틀 만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 연습실에 제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연습실에 갈 때면 항상 추억과 근심이 함께 생겨 났습니다. 이 곳에서 정말 즐거운 일들이 많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곡을 연주하면서 많은 희열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고, 한때는 매일 연주했었던 악기들에도 먼지만 쌓이면서 서서히 고장 나고 녹슬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도 사용을 해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이제는 사용하는 사람도 없으니 보면 한숨만 나왔습니다. 솔직히 주인인 저도 관리를 하지 않는 곳을 누가 인수나 할까라는 생각에 어느 순간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곳이었습니다. 직접 정리를 하자니 할 일이 너무 많고, 방치하자니 계속 비용은 발생하고... 그러던 찰나에 권리금을 받고 넘길 수 있었고, 인수하신 분들도 상당히 만족해하고 계시니 바로 이게 윈윈이겠지요~~!


[잉?]

글을 쓰는 와중에 전화가 왔네요. 연습실 사용할 수 있냐고...ㅋㅋㅋ 이런 일이 있네요. 권리금 받고 다른 분들한테 연습실 넘기니 사용하고 싶다는 분한테 연락이 왔고, 심지어 너무 절실하게 사용을 원했습니다. 만약 제가 연습실을 팔지 않고, 이 분이 연습실을 사용하게 됐다면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소소한 수익이 매달 발생했을 겁니다. 아쉽긴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정리해야 했을 겁니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잘 거래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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