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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l 19. 2018

개인사업자로 정부지원받기

잘 찾아보면 나도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다닐 때 정부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공대를 나오고, 개발 일을 하던 입장에서 문서 작성하는 건 정말 너무나도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것을 있는 것처럼 써야 했기 때문에 거의 창작에 가까운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받고 갚지 않아도 되었으니 분명할만한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지원금을 탄다고 해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저 문서를 작성하느니 개발 일이나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아~! 지원금을 타게 되면 회식을 한다는 점이 좋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퇴사한 제가 정부지원금을 받아 보고자 그 싫다던 제안서를 스스로 작성을 했습니다. 정확히는 저번 주부터 문서만 작성하다가 마감일인 오늘 오전에 최종적으로 신청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2주 전에 저에게 코딩 수업을 받는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정부지원을 받아 사업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번뜩했습니다. 

뭐지? 개인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분명 제가 회사에 다니면서 그렇게 투덜투덜 거리면서 작성했던 그 정부지원 이야기 었습니다. 그제야 회사가 그렇게 받으려고 애쓰던 정부지원이 저 개인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퇴사 후에도 정부지원금 관련 이야기를 많이 접했었지만 저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무심히 넘겨 버리고 말았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코딩 수업을 받는 분을 통해 오히려 제가 정부지원금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이렇게 지원까지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퇴사 후 일을 벌이면 벌일수록 개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일단 돈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해볼 수는 있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 투자자를 모으기도 힘들었고, 제가 하는 일 자체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선호하는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제 역량도 많이 부족한데 자금마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창업지원을 위한 정부지원금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고,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로써는 정부지원금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곧 부가세 신고 기간이 끝나는데 부가세 환급이고, 납세의 의무고 뭐고 일단 정부지원금 신청이 제일 우선이 되어서 일주일 가까이 문서만 작성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거의 기계적으로 작성했었는데 제 일이 되고 보니 그렇게 작성했던 제가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간사했네요...


솔직히 안될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제가 의도한 내용이 잘 전달될지도 모르겠고, 지원한 사람이 저만 있을 리도 없고... 그 많은 신청서 중에 저의 제안이 선택되는 것이 말이 안 되기도 하고...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왜 그렇게 제한사항에 해당되는 것들이 많은지... 나도 분명 창업하겠다고 이러고 있는 건데 왜 특정 분야가 아니면 지원을 해주지 않는 건지... 회사 다닐 때랑 마찬가지로 투덜투덜 거리면서 제안서 작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절실함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서 수정하고 보충하고, 주변에 자문도 구하고... 그러면 혹시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날도 더워서 돌아다니기도 귀찮고... 정말 이번 폭염 기간 동안에 시원한 사무실에서 문서만 작성했습니다. 솔직히 요즘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집중할 것이 생겨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작성하면서 되기만 한다면 많은 것이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즐겁기도 했습니다. 지원금에 대한 사용 계획표를 작성하는데 이 계획대로 지원금을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일단 지원했으니 기다려야겠네요... 아! 부가세 신고해야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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