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끝났다고?
제 스스로 저를 봤을 때 약간은 사회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대학교 들어가고, 졸업해서 6년 정도 회사 다니는 동안 그나마 좀 사회성에 대한 중요함을 인식하고 스스로 조금은 고쳐서 지금의 상황까지는 왔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저의 반 사회성(?)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집에 TV가 없다는 점입니다. TV 없는 것이 사회성과 관련이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회사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혹은 초면인 사람과 대화할 때 TV를 보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많은 대화에서 쉽게 소외가 되었고, 대화가 중간에 끊기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TV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초등학생 때 TV 프로그램을 더 챙겨 봤었습니다. 주말 아침에 하는 퀴즈 프로그램(알뜰살림장만퀴즈), 평일 저녁에 하는 동물 퀴즈 프로그램(퀴즈탐험신비의세계), 음악프로그램(가요톱텐), 모든 A매치 스포츠 경기, 드라마(딸부자집, 목욕탕집남자들, 정때문에), 당연히 아침마다 채널을 돌려가면서 뽀뽀뽀, 혼자서도 잘해요, 하나둘셋도 봤고, 평일 저녁 5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반드시 만화를 챙겨 봐야 했습니다. 주말에 전국노래자랑 전에 했던 재탕 만화인 마법사의아들코리, 영심이, 날아라슈퍼보드, 원더키드도 반드시 봤습니다. 아! 주말 아침에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도 놓칠 수 없었죠! 코믹 프로그램도 거의 다 봤습니다. 일요일일요일밤에, 웃으면복이와요 등등
그런데 왜 지금은 TV 자체가 집에 없는 걸까요?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없고, 보면 짜증 나니깐! 재미없는 걸 짜증내면서 볼 필요는 없겠죠?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나오더라고요. 오! 편하고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어느 순간 특정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더라고요... 음...? 긴장감 조성을 위해서? 그런데 또 어느 순간 진행자가 대놓고 시간을 끌고 툭하면 1분만 기다리라는 겁니다. 하지만 1분만 기다려야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 이걸 알면서 속아주고 쉽지는 않더라고요... 게다가 인터넷으로 보면 광고나 재미도 없는 진행자의 멘트도 볼 필요 없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경쟁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독설과 멋진 말로 도배된 심사평 없이 노래만 들을 수 있었고, 스포츠는 하이라이트만 봐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능은 안 되겠더라고요... TV를 보든 인터넷으로 보든 질질 끌면서 똑같은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건 어떻게 건너뛸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럼 뭐하러 싫은 걸 참으면서 보나? 그때부터 예능은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챙겨 본 마지막 예능?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입니다.
드라마는 막장이고, 연기도 어색하고, 현실성 없고... 스포츠는 제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눈만 높아져서 국내 건 보지도 않습니다. 일단 협회가 하는 일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경기 내용마저도 해외 경기의 질이 더 높으니 굳이 우리나라 스포츠 경기라고 해서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경쟁 프로그램은 이제 실물이 납니다. 말도 안 되는 경쟁을 통해서 사람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버리고, 노래만 잘 한다고 1등 하는 것도 아니고, 시청률이 되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 알아준다는 기획사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이런 건 봐주지 않는 것을 떠나서 관심 자체를 주지 말아야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가 이런 TV 프로그램들을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용으로 매일매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제 자신이 혐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독립을 하면 절대 TV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현재 그 다짐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가끔 지나가면서 혹은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답답하고, 짜증 나는 일 투성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하는 언행을 보면 정말 먹고살기 힘들구나라는 생각만 듭니다. 적성의 문제지만 저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할 자신이 없습니다. 공감도 안되고, 재미있지도 않고... 그런데 더 이해 안 되는 건 그런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고 평가를 하는 댓글러들의 언행입니다. 연예인이든 드라마든 웹툰이든 기사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되고, 그래도 볼 거면 누가 보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욕들을 할까요... 그 욕을 먹는 사람들 중의 일부는 자신도 욕먹을 걸 알면서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왜? 유명해지고, 성공하기 위해서! 유명해지고 성공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 욕을 하는 사람들은 유명해지고 싶지 않고, 성공하고 싶지도 않은 걸까요?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욕을 해도 될까요?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론 욕먹을 만한 사람은 먹어도 싸지만 자신의 기준과 맞지 않다고 욕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밑도 끝도 없고, 논리도 없는 말들... 이런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말한 대로 스스로 그런 것들과 단절했습니다. 위의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을 하고 비판한다? 정말 쓸데없고, 시간 낭비입니다. 저런 것들이 나라를 위하거나 사회를 위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제 자신한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취향의 문제인데 나와 맞지 않는다고 그걸 바꾸려고 하거나 비난을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거에는 1초라도 낭비하고 싶지가 않네요.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저의 생각입니다. 지금 제가 하는 말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읽으면 되는 겁니다. 악플 달아주면 오히려 그건 저한테도 좋은 겁니다. 제 글이 이슈가 되는 거니깐요!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입니다.
며칠 전에 배달의 민족 행사에 동물 보호 관련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호텔 관계자들이 제지를 했다고 하는데 그냥 쿨하게 할 말 다 해보라고 내버려두어 봤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뭐라고 말하라고 두면 들을 사람은 그 말을 들을 거고 아니면 스마트폰을 봤을 겁니다. 그래서 할 말 다했으면 언젠가는 내려갔겠죠. 할 말 없는데 계속 거기 서 있으면 그리고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본인들이 민망해서 내려갔을 겁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계속 행사 진행을 했으면 어땠을까요? 괜히 별 것도 아닌 거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강제로 제지를 해도 좋은 일이면 보는 사람들이 모두 알 것이고, 잘못된 행동이었으면 강제로 제지를 하지 않았어도 그것도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판단했을 겁니다. 감추려고 해서 완벽하게 숨길 수 없고, 드러내고 싶어도 사람들이 쉽게 관심들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다짜고짜 앞에서 쇼하고 난리 치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논리 없는 퍼포먼스는 쓸데없는 몸부림일 뿐입니다. 보고 듣는 사람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