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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l 09. 2018

멀어진 게 아니고 내가 멀리했다

나는 물론 남도 못 챙기는 못난 사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 전혀 왕래가 없던 주변 지인들로부터 근래에 갑자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도 먼저 연락을 해놓고 머쓱했었는지 결혼식이나 장례식, 돌잔치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라고 한다. 지금의 제 나이 혹은 제 상황이 되었을 때 오랫동안 소식을 접하지도 못했던 지인들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오면 반가운 듯이 전화를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결혼식인가?', '장례식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기 마련입니다. 갑자기 전화할 이유가 그것 밖에는 없다는 거지요.


그런데 모두들 서로 짠 듯이 비슷한 시기에 연락이 왔습니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아프다고 연락이 와서 갑자기 내가 생각이 났다는 친구,

4~5년 전에 외국으로 근무를 가고, 그 사이 두 명의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학교 선배

외국으로 이민 간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있었다는 학교 후배

같은 동네에 살아서 자주 만났었는데 결혼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친구


휴가철이라 그런가? 아니면 비가 와서? 아니면 나이가 그럴 때인가?


한때는 미친 듯이 함께 놀고, 거의 매일 만나던 지인들도 나이가 들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무슨 이유가 있어야지만 만나게 되는 관계가 되어 버립니다. 일단 저부터 먼저 연락을 하지 않다 보니 그런 상황은 더욱더 가속화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고, 너무 반갑죠!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소규모로 사람 만나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을 해서 모임을 주선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아니... 전에는 그래도 먼저 연락을 해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던 거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학교, 회사, 밴드 등 어느 조직에 속해 있으면 그 조직 밖에 있는 사람과는 급격하게 만나는 빈도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나는 멀티 플레이가 안되어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챙기기도 바쁘다... 공부하느라/일하느라/연습 때문에 연락할 시간이 없다... 이런 이유들로 점차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게 된 겁니다. 솔직히 지금은 퇴사한 후에 정신적으로 누구의 안부를 물을 겸 전화할 여유가 없습니다. 나 하나도 감당하기 벅차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점점 메말라 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알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리화해버렸습니다. 나이 들면 모두 먹고살기 바쁘고, 자기 가족이 우선이니깐..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연락을 먼저 해주는 사람들이 있네요... 더욱이 5년 넘게 연락 한번 한적 없던 선배한테 갑자기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연락도 오고... 저는 항상 연락하고 모일 수 있는 이유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냥 볼 수도 있지만 만나는 이유 없이는 갑자기 연락하기가 민망하고, 미안하고, 뭔가... 여러 복합적인 기분이 들어서 계속 피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너무나도 긴 시간이 흘러 버린 겁니다. 그런 저라는 사람한테 먼저 연락 오는 사람들이 아직 있었습니다. 이분들 다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연락을 먼저 해줬으니
제일 쉬운 약속 잡는 일은 제가 해야죠!


생각해 보면 정말 거의 매일 만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함께 술을 먹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다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 연락은 하려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은 건 저입니다. 이렇게 연락이 오면 좋아할 거면서 연락은 먼저 못하는 놈아! 정말 못났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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