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명절에도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타깝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못 본 지가 아니라 가족을 안 본 지 3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주변 분들에게 말하면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왜?
어째서?
가족인데?
저는 답변합니다.
뭐가 이상한가요?
10년 친구도 어느 순간 연락을 끊고 만나지 않기도 합니다. 뭔가 일이 있었을 테고,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가족들과도 그럴 수 있습니다. 가족이라서 무조건 감싸주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고... 그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잘못한 언행을 한 사람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싸주고, 무조건 같은 편을 해줘야 된다?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족인데...'라고 말하는 분들에게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말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도대체 가족이라서 어느 정도까지 감싸줄 수 있다는 건지...
판사들이 판사들의 잘못을 감싸주고, 의사들이 의사들의 잘못을 감싸주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가족이 가족의 잘못을 감싸주는 건 당연하다는 건지...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가족이라도, 명절이라고 하더라도 평생 만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모든 가족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일단 흔히들 말하는 부모님 친동생은 3년 동안 만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만날 생각이 없지만 그 외에 친척 분들까지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부모, 동생은 만나지 않은 거지만 그 외 친적분 들은 만날 수 없었던 겁니다.
나이 먹은 성인으로서 내 가족이 아닌 친척 분들에게는 지금의 내 모습이 당당하지 않았고, 보여주기 싫었던 겁니다. 학생일 때는 명절마다 어른들을 뵙고, 친척 동생들과도 재미있게 놀았고, 헤어질 때는 너무나도 아쉬워했습니다. 시끄러운 일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일이었고, 어렸던 저는 친척 동생들과 그리고 좋아라 하는 고모, 삼촌들과 마냥 즐거운 시간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명절마다 이상하게 연락이 되지 않는 친척 형이 한 명 있었습니다. 저와는 몇 살 차이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정말 너무나도 잘 따랐던 형이었기 때문에 명절마다 오지 않는 그 형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서운했었습니다. 지금 그 형은 이 세상에는 없지만 갑자기 이번 명절 때 그 형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유는 그때 왜 형이 명절 때마다 가족들 모임에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형도 그 당시에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저와 같이 명절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걸 겁니다. 사람은 당사자가 돼보지 않는 한은 100%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거 같습니다. 말로는 다 이해한다고는 말하지만 과연 내가 그 사람과 똑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도 그 사람과 똑같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 형도 내년에는 당당하게 명절에 두 손 가득히 해서 모임에 나갈 거라는 다짐을 했었을 겁니다.
결국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 걸 정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도 별 수 없나 봅니다. 내가 생각하는 목표가 있지만 아직 그 목표는 까마득하기만 하네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명절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밤에 일하고 명절 아침에 퇴근을 하면서, 명절 아침에 장사를 하고 있는 식당을 찾으면서 이번 명절에도 가족을 만날 수 없거나 만나기 싫은 사람들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