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실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Jul 24. 2018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

내가 이상한 거냐?

[관련 글 : 법 없어도 산다던 내가 법원을 갔다 온 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보니 제 의사나 의도, 생각과는 다른 상황과 마주하는 걸 피할 수는 없나 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고소했고, 어제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하고 싶을 때는 피하더니 저한테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하... 이런 사람들 때문에 법이 필요한 거구나...'


왜 상황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까요? 이렇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을 왜 서로 감정 상하고, 시간과 돈 낭비를 하게 만들까요? 사람마다 상황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 때문에 다른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쪽의 상황은 내 사정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립니다. 즉, 네가 먼저 날 생각해 주지 않으니 나도 너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액수가 큰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또 애초에 약속한 것을 이행해 달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한다? 이럴 때 법이라는 것을 찾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합의 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제가 해달란 건 해주셨나요?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가 요구한 걸 해주지 않은 겁니다. 그러면서 나한테 합의 의사가 있냐고 물어보네요. 난 고소하기 전부터 말로 해결할 생각이 있었고, 정작 그럴 생각이 없었던 쪽에서 먼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네요. 


한 달 안으로 해결해 줄 테니 합의해 달랍니다. 


제가 요구한 거 먼저 해주시면 합의해 드릴게요. 그렇게 또 기약 없는 약속을 받으려고 나의 돈과 시간을 들여 고소한 거 아니니깐요. 또 약속 지키지 말아보세요. 저는 법원에서 일정 잡아주는 그대로 계속 진행할 거니깐요. 사정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냥 계속 버텨주세요. 재판 과정 실제로 겪어 보면서 다음에 또 이런 일 일어났을 때 대비해서 좀 배워 놓게요. 


전화해서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것을 보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요구한 걸 해주겠다고 상대방에게 구두 상으로 약속을 받았던 2개월 전에 미리 고소를 한 저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말로 안 되는 사람에게는 계속 말로 좋게 해결하려고 노력을 할 필요가 없던 겁니다. 아... 솔직히 확신, 뿌듯함 외에도 희열감, 통쾌함도 느꼈습니다. 여전히 뻣뻣하지만 그렇게 뻔뻔하던 사람들이 저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니깐요. 잘못한 사람이 당연히 숙여야 되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큰소리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그랬습니다. 이건 소송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하... 나라에서도 고소를 하라고 하는구나... 그래 공무원들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하는데 한번 해보지 뭐...


액수도 일도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무논리, 억지, 갈등의 단면을 겪은 거 같아 정말 많이 힘들었고, 또 많이 배워 갑니다. 주변 인생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이런 일 많이 있을 거랍니다. 그 말은 그런 사람들 많을 거라는 거겠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많지 않은 소수 때문에 인간관계에 허무함을 느꼈고,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 졌습니다. 정말 많이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직 어떠한 결과도 나온 건 없지만 사람의 간사함과 이기심, 추악함을 보고 느낀 건 많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린 사람이라고 항상 옳지 않은 결정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나이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이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지금은 그냥 철부지로 보일 뿐입니다. 그들이 먹은 나이가 저에게는 어떠한 연륜으로도 느껴지지 않았고, 밀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그들과 논리로 싸워서 질 자신도 없습니다. 그저 저에게는 철부지 아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까? 아니 이미 누군가한테는 나도 저런 사람처럼 보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두려웠습니다. 내 주변에 저런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한테 놀아나지 않으려면 그런 사람들보다 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 그대로 그런 사람들한테만 입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을 거니깐요.

매거진의 이전글 법 없어도 산다던 내가 법원을 갔다 온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