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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Feb 12. 2020

기성용, 코로나 마스크, 그리고 계약

코에 달면 코걸이, 귀에 달면 귀걸이?

이틀 전에 계약과 관련해서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읽은 두 개의 기사 때문에 욕은 많이 먹을 거 같지만 이건 꼭 쓰고 싶은 내용이 생겼습니다.


기사 #1 : 45억 돈 냄새에 계약 날아갔다···마스크 200만 장 눈물 1 

기사 #2 : 기성용 “거짓으로 날 해쳐… 갖고 놀지 말라”


일단 요즘 이슈 되고 있는 기성용 선수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란이 나고 있는 마스크 관련 기사입니다. 둘 다 모두 계약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성용]

저도 정확한 내용은 모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3자인 저는 읽은 걸로만 판단했을 때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서울 팀에 있던 기성용 선수는 유럽 진출을 하면서 서울과 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 내용 중에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으로 복귀 시 서울로 와야 되고, 다른 팀으로 가는 경우에는 26억 원을 서울이 받아야 된다."


기성용 선수가 서울로 복귀하면 문제 될 내용이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울로는 가지 않고, 전북으로 가려고 하다 보니 26억 원이라는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댓글 내용을 보면 기성용 선수의 한국 복귀를 막고 한국 축구의 부흥의 기회를 날린다는 내용으로 서울을 욕하는 쪽과 서울이 계약을 갑자기 바꾼 것도 아니고 기성용 선수와 맺은 계약 내용대로 하고 있는데 왜 서울을 욕하냐면서 기성용 선수를 탓하는 쪽으로 나뉘고 있는 듯합니다. 


계약 내용만 놓고 보면 서울은 계약대로 하고 있고,
기성용 선수는 그 계약 내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쪽입니다.

[코로나 & 마스크]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위기가 마스크 제조 업체에게는 엄청난 기회, 즉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마스크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마스크 제조 업체와 계약을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 가격이 폭등을 하니 해당 마스크 제조 업체는 그 계약금의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버린 내용입니다.


마스크 제조 업체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계약자는 계약 해지금은 받을 수 있겠지만
약속한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한 피해를 떠안게 됩니다

두 번째 기사는 명확하게 마스크 제조 업체가 잘못했습니다. 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지했으니깐요... 물론 마스크 제조 업체도 할 말은 있습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거 맞으니 계약 해지금을 지불하겠다고! 따지고 보면 두 쪽 모두 계약서 내용대로 했습니다. 계약자 입장에서 상도를 논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아마 마스크 제조 업체를 탓하는 입장이 대다수일 겁니다. 약속(계약)을 지키지 않았으니깐요.


[계약]

겉으로 드러나는 내용과 의도가 어쨌든 결국 사람/집단/회사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과 기성용

마스크 제조 업체와 계약자


모두 자신들의 이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때 제가 찝찝했던 건 서울과 마스크의 계약자는 결국 계약 내용대로 하자는 건데 서울은 욕을 먹고, 계약자는 피해자로 동정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둘 다 계약대로 하자는 건데 정반대의 상황에 있는 것일까요?


물론 계약 이외의 내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저로서는 기사 내용만 보고 판단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어쨌든 계약 이외의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말 그대로 그건 계약 내용 이외의 것입니다. 액수가 크거나 규모가 큰 거래를 할 때는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그와 동시에 계약 당사자는 서로 동일한 내용의 계약서를 가지고 있게 되고, 그 계약서의 서로의 도장을 찍으며, 복사 방지를 위해 그 두 장의 계약서를 걸쳐서 서로의 도장을 한번 더 찍습니다. 그 순간부터 양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충실히 지켜야 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상도입니다.


서울은 계약서 내용에 따르고 있고, 마스크 계약자는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서울은 기성용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다른 팀(전북)에 주기는 싫어서 기성용 선수의 한국 복귀를 막고 있다고 욕을 먹고 있습니다. 


내 일이 아니니깐 이렇게 서울을 욕할 수 있을 겁니다. 상대가 기성용 선수이든 메시이든 호날두이든 내가 손해를 보면 그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 일이 아니니 서울한테 26억을 포기해라 아니면 기성용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줘라 할 수 있는 거지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이 되면 내 선택에 대한 득실을 따지게 됩니다. 정말 너무너무 기성용을 원한다면 당연히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그렇지 않거나 혹은 기성용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되는 경우에 받게 되는 26억 원이 더 이득이 크다면 당연히 기성용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겁니다.


기성용 선수를 영입하면 그 몸 값 이상의 이익이 있을 거다, K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런 거 다 좋지만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이 되면 선택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성용 선수의 몸 값 이상으로 흥행 수익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고, K리그가 활성화되어도 내가 재미를 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마스크 계약자는 누가 봐도 안타까운 상황이고, 그래서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은 마스크 제조 업체는 잘못했고 욕을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왜 계약대로 하고 있는 서울은 왜 계약자만큼 동정을 받지 못하는 걸까요? 계약대로 하지 않고 있는 마스크 제조 업체는 당연히 잘못한 쪽이라고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데 계약서 내용대로 하려는 서울은 왜 욕을 먹는 걸까요?


이때 나오는 이야기가 돈이 그렇게 좋냐? 정치색이 어쩌네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감성적, 대의적인 관점에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통념적, 가치적, 주관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하면 위와 같이 같은 상황인데도 누구는 욕먹고, 누구는 동정받게 됩니다. 즉,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강제적인 약속이 필요한 거고, 그게 계약입니다. 모든 사람의 기준과 생각이 다릅니다. 그런 사람들 간의 분쟁이 생기면 당연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게약 당사자 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 서로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내용을 제대로 읽어 보라고 하는 겁니다. 아무리 계약서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있어도 일단 도장을 찍었다면 그때부턴 도장 찍은 당사자의 잘못입니다. 그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은 사람이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세심하게 보지 않은 상대의 잘못이 더 큽니다.


개인적으로 양 쪽 당사자 간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어도 서울이 잘못하고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이번에 김광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SK는 자신들이 손해를 보면서 김광현 선수의 해외진출을 허용했습니다. 반대로 김광현 선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SK에 피해를 끼친 겁니다. 그런데 이때 김광현 선수를 욕하기보다는 대승적인 선택을 한 SK를 칭찬합니다. 그래서 대승적인 결정을 못해준 서울은 욕을 먹고, 기성용 선수는 안타까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욕을 하는 당사자들의 기준에서 잘하고 못하고가 결정이 된 거고, 그 기준으로 기사가 나고, 이슈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사업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는 위의 두 기사를 보면서 참 일관성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약서대로 하자는 서울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계약서대로 하지 않은 마스크 제조 업체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 어쩌자는 거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어쨌든 계약은 양 당사자 간의 동의에 의해 이뤄진 행위이기 때문에 그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선택에 대해서는 욕을 해서는 안된다고...  정말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K리그에 복귀하고자 한다면 서울로 오면 됩니다. 박찬호 선수처럼요! 그런데 그게 아니기 때문에 안 온 건 다른 기준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 그 내용은 결국 계약과 연관이 있는 거겠죠. 그럼 프로로서 계약대로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프로 선수는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다면 기업은 계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지켜 내고, 선수 또한 계약서를 통해 자신의 가치인 돈을 지켜 냅니다.


기업은 선수의 가치를, 선수는 기업의 가치를 지켜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행위도 피해야 합니다. 결국 그 최소한이 계약서라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서울에게 SK와 같은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SK를 칭찬할 순 있지만 서울을 욕할 순 없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을 탓한다면 세상에 탓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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