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지 않는 직원
제 지인들은 대부분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 않는 저를 만나면 늘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합니다
뭐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
이거 말고도 많이 하는 질문들이 있지만 오늘 포스팅에서 말하려고 하는 주제와 맞는 질문 하나만 골라 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성격 상 이미 맹목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이는 먹었고, 퇴사는 했으니 최소한 제 앞가림은 해야 되는 상황이니깐요.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 사는 것이 저랑 잘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대답해도 끈질기게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저도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누군가 저에게 질문을 했을 때 질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확한 대답을 들어야지만 더 이상 저에게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회사가 나랑 맞지 않아"와 같은 대답은 이미 너무 식상해합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정확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였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큰 그림대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해 주는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퇴사를 했고, 계속 나이를 먹고 있음에도 계속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이나 일하는/사는 방식이 저한테는 잘 맞고, 시간이 흘러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의 그 생각을 위해 같이 일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조직을 만들어 제가 생각하고 계획한 일들이 얼마나 잘 될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약간 수정된 내용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겁니다.
내가 생각하는 걸 함께 해줄 수 있는 게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평생 혼자 일하고 싶지는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가치관, 관리적인 여러 이유로 쉽지 않기 때문에 바로 현실화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 계속 이렇게 혼자 일을 해야 되나?
생각을 조금 바꾸니 저를 위해 일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SAAS]
이 개념은 제가 회사 다닐 때도 있었고, 아마 그 이전에도 존재했으며, 대충 어떤 개념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야 SAAS라는 개념이 제 뒤통수를 때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거 관련 작업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직역하면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인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렵니다.
핵심은 제가 하는 작업 중에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단순 반복적인 일, 그리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 하지만 무조건 해야 되는 일들을 제가 안 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일의 유형은 소비자들의 문의 응대가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변을 해야 되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정말 계륵 같은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들을 직원을 고용해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제가 가진 프로그램 개발 경험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 직구(http://geek9.kr)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작업 중이라 굉장히 부족한 데도 이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제 입장에서는 이미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정말 매일매일 앵무새처럼 또 기계처럼 반복했던 멘트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해준 아주 소중한 녀석입니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일을 줄 생각입니다.
[투자]
돈이 나를 위해 일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돈들은 이미 어떤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Hey Money!? 날 위해서도 일해줘!!!!
그렇게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 만들어야죠. 그리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행위 중의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투자가 아닐까요? 월세 주는 건물을 돈 주고 사면 그 돈이 매달 새로운 돈(월세)을 벌어서 저한테 줍니다. 사람도 아닌 녀석이 날 위해 일해주고 있는 겁니다. 투자를 했던 주식이 갑자기 상한가를 쳤습니다. 나는 그냥 사놓은 건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녀석이 나한테 돈을 벌어다 주네?
물론 말이 쉽습니다. 건물 사기도 쉽지 않고, 사도 공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주식? 내가 사면 다 떨어지는데?? 이건 나를 위해 일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는 원수가 되는 겁니다. 그럼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선택은 간단합니다. 하거나 말거나...
손해의 가능성을 감수할 생각이 없다면 쉽게 돈 버는 것처럼 보이는 남을 부러월 할 필요도 없고, 투기로 돈 번다고 욕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안 한 거지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니니깐요.
만약 제가 투자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현금이 지금보다는 최소 2배는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라는 건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나쁘지 않은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소(SoSo)합니다. 근데 꾸준합니다. 그럼 저는 무조건 합니다.
[새로운 아이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직장인, 자영업자 상관없이 누구나 이런 말들을 합니다.
좋은 거 없어?
지금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바꿔 줄 수 있는 소스, 아이템 등등
아는 만큼만 보이고, 모르는 게 죄인 게 싫다면 막 찾아야죠. 그게 로또일 수도 있겠지만 로또는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더 잘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한테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퇴사를 했고, 사업을 하고 있으니 저에게 매출을 만들어 줄, 그리고 더 높은 수익을 올려 줄 그 뭔가를 찾아야 되고, 그리고 그런 게 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끊임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계속해서 국내 물건만 취급을 하면서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만 물건을 팔았다면 아마 퇴사를 못했을 수도 있고, 해외직구/구매대행을 계속 독일 상품만 취급했다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아니 코로나가 오기도 전에 손가락 빨고 있었을 겁니다. 마진율 3~4% 이더라도 계속 거래를 하다 보니 제가 몰랐던 해외 상품도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코로나로 난리인 지금 오히려 상황이 예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가 위기라던데 이제야 확 와 닿습니다. 어느 하나가 터지면 이제 그 잘 된 하나는 앞으로는 잘 안 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진짜로 잘 안되기 전에 또 다른 잘 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계속 돈만 들지만 유튜브도 찍고 있고, 사용자도 얼마 없는데 홈페이지도 만들고, 만져 보지도 못한 돈이 월세로 나가는 데도 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고양이 풀도 건드려 봤고, 식물도 키워 봤습니다. 초등학교 체험학습도 나가 보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세미나도 해봤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 글을 보고 저한테 연락을 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중에는 실제로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싸우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블로그, 카페, 메신저, SNS, 영상 등 제가 하나씩 하나씩 꾸준하게 뿌려놓은 것들이 제가 신경도 쓰지 않는 동안에도 온라인에서 저에게 이것저것 새로운 가능성들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저 대신에 영업 뛰어 주고 있는 겁니다.
지금 제 입장에서는 알바 하나 채용하는 것도 버겁습니다. 하지만 위에 것들은 매일매일 꾸준하게 늘릴 수 있고, 어렵지 않게 교체도 할 수 있습니다. 안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제가 뭔가 하자고 하면 뭔가 더 창의적인 걸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24시간 헌신적으로 일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