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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pr 10. 2020

해외직구/구매대행 피해자 코스프레

소비자의 권리와 판매자의 호의를 구분하시길...

해외직구/구매대행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들 중의 하나가 이쪽인 입장에서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은 어느 날 갑자기 법에 의해 제한이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취약하고 논란의 여지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국내에서 현금거래했다가 사기를 당해도 그 금액 중의 일부라도 보상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판국에 해외 판매자의 그 무책임한 행동의 피해를 보신 분들이 보상받는 건 얼마나 더 어려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불가능하다기보다는 받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그냥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쉽습니다. 


제가 중고나라에서 38만 원을 사기당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건 사기 친 놈의 실명, 전화번호, 계좌번호였습니다. 그 당시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이 정도만 알면 경찰에 신고하면 그냥 쉽게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일단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가면 기입해야 되는 사항에 피의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도 있습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작성하겠습니까... 현금 거래하면서 판매자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까지 받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깐요... 이중의 주민등록번호를 모른다...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설령 그 사기꾼이 잡혀도 바로 보상을 못 받습니다. 사기 친 놈이 잡혀서 어디 사는지 알며, 증거가 명확해도 민사소송을 걸어서 이겨야 보상을 받습니다. 자 그럼 소송은 어떻게 거냐... 온라인으로 쉽게 걸 수 있습니다. 전자소송인가 뭔가 있습니다. 근데 또 문제는 뭐냐...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주소를 알아야 된다는 거죠... 경찰이나 사기꾼이 사용하는 통신사에 얘 나쁜 놈이라서 소송 걸어야 되니깐 주민등록번호랑 주소 알려주세요... 하면 절대 안 알려 줍니다. 왜? 개인정보라서요... 그럼 뭘 해야 되냐... 법원 가서 얘는 이러이러해서 나쁜 놈이라 소송을 걸기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하니 좀 주세요... 하고 서류를 작성해서 내 돈 내고 신청을 해야 됩니다. 그렇게 몇 주~한 달 정도 시간이 흐릅니다. 그리고 정보를 받게 되고 이제 소송을 겁니다. 결과 나올 때까지 또 한 달 내외로 시간이 걸렸던 거 같습니다. 물론 또 제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연히 제가 이깁니다. 누가 봐도 나는 피해자인 사건이니깐요... 그런데 당연히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뛰고 내 돈 들여야 된다는 점이 막 짜증이고 스트레스입니다. 근데 내가 이겼는데도 돈 아직도 못 받고 있습니다. 사기 친 놈이 돈 안 주니깐... 그럼 경찰서 가서 저 소송까지 해서 이겼는데 쟤가 돈 안 줘요... 하면 될까요? 절대 안 됩니다. 이제 또 그 사기꾼 놈의 계좌를 압류하기 위한 신청을 또 해야 합니다. 또 시간이 들고 제 돈이 또! 또! 또! 듭니다. 저는 이 압류 신청하는 시점에서 관뒀습니다... 38만 원 안 받고 말지. 어차피 소송은 이겼는데 그 이긴 소송에 제가 요구한 건 피의자가 돈을 전액 보상할 때까지 매년 9%인가 15%의 이자가 붙는다...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뭐 나중에 가면 또 이게 유효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수익률 좋은 곳에 투자하는 셈 치고 잊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서 38만 원 사기를 당해도 이런데 해외에서 이것보다 소액, 그것도 외국인이 피해 금액을 보상받는 게 쉬울까요... 뭐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그걸 꼭 해봐야 알까요... 안 해봐도 알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같은 시기에 저에게 구매대행을 의뢰하신 분들 중의 두 분이 피해를 보게 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해외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수를 탄 겁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은 논란의 여지가 엄청 많을 겁니다.


이 두 분 중에서 저와 갈등을 빚은 한분한테는 거래 전의 미리 아래와 같은 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구매자 분이 지정해주신 판매자에게 구매하고, 배송을 맡겨주는 작업만 하고, 판매자가 사기를 치거나 배송 중의 발생하는 파손, 분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단, 관련 업무는 당연히 도와 드립니다.


구매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동의를 해주시면 대행을 해드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가 없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미리 이렇게 선을 긋는 겁니다. 그래서 대행 의뢰자 분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인지를 했고,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대행 작업을 여러 건 진행해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한 건이 문제가 된 겁니다. 하필 금액도 제일 큰 건이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민망한지라 구매자 분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제가 먼저 해당 일은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회피하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위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을 저는 했고, 구매자는 인지하고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되어서 구매자 분이 따로 요청이 없으면 당연히 해야 되는 일(예를 들어 해당 사이트에 신고, 사기 판매자에게 연락 시도 등)을 빼고는 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해외직구/구매대행을 하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말을 할 겁니다. 그런데 정확히는 대행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해외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한 겁니다. 솔직히 제가 그 판매자에게 사라고 추천한 것도 아니고 구매자가 직접 찾아서(심지어 이번 문제 된 건은 구매자가 판매자와 협의까지 다하고 저한테 결제만 요청한 겁니다) 이 판매자에게 구매해 달라고 저한테 요청한 겁니다. 그런데 그 판매자가 사기를 쳤으니 제가 책임져라? 말도 안 되죠.... 그리고 본인 돈으로 사는 거래인데도 이 판매자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마당에 저라고 방법이 있을까요... 그럼 또 구매자는 말합니다. 수수료 받았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구매자 님... 그 수수료 8,000원에는 해외 구매자와 해당 국가의 언어로 대화하고 조율하고, 에누리 요청하면 판매자에게 아쉬운 소리 하고, 제 시간과 인프라를 이용해서 해외 결제 저렴하게 이체하고, 배송 오면 받아서 재포장하고 주소 체크하고, 한번 더 체크해서 항공 우편으로 맡기는 일이 포함된 거지 애초에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 사기 보상에 대한 내용은 1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대행자가 뭘 했든 간에 내 돈이 더 중요하니깐... 이때부터 무논리가 발생하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방법이 쉽지 않고, 받는 과정에서 피해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 발생할 건데 과연 이 구매자가 그 금액을 선뜻 지불할 건지도 의문이고, 그 금액 지불한다고 보상받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그냥 잊는 게 더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제 난리가 납니다. 왜 수수료 받고서 책임을 지지 않느냐... 왜 더 신경 써주지 않느냐,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수수방관하는 거냐, 왜 이렇게 무책임하냐... 그러더니 어제 새벽에 저를 고소한다고 문자를 보내 놓았네요...


읽는 순간 짜증이 팍 나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왜 굳이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날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퇴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거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또 털고 일어나야죠...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구매자 분과의 예전 대화 내용도 다시 한번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은 이 구매자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였습니다. 정확하게 이런 경우에 나는 보상해줄 수 없다고 말을 했고, 구매자의 알겠다는 답변이 대화 내용에 고스란히 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재판까지 간다면(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이걸 증거로 내밀 수는 있겠죠. 그럼 이야기는 끝난 겁니다. 억지를 부리고 무논리로 덤비는 사람에게는 논리로 대응하면 저는 말싸움에서 질 수가 없습니다. 억지와 무논리로 덤비는 사람은 말을 하면 할수록 허점들만 노출되고 그것들만 캐치해서 반박하면 별 어려움 없이 논리로 이길 수 있으니깐요... 게다가 제가 호의로 해준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안 하고, 제가 미리 언급했던 부분 중에서 실제로 발생한 본인이 손해 본 내용만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니 더더욱 보상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구매자가 카톡으로 소송을 걸겠다는 문자를 남긴 이후부터는 해당 거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구매자가 만들었으니깐요... 이때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머지 한 명 더 사기를 당한 분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분은 고소를 하겠다는 구매자 분과는 다르게 이건 대행자 님 잘못이 아니라 해외 판매자의 잘못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어쩔 수 없죠 라고 포기하셨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분께는 사기 거래 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제가 누구에게는 고지하고 누구에게는 고지 안 한 이유를 잠깐 설명드리자면 솔직히 처음에 대화 조금 해보고 거래 몇 번 해보면 구매자 분들의 성향이 조금씩 보입니다. 그때 아 이분한테는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발생한 두 사기 거래에서는 정확했던 겁니다. 첫 번째 구매자한테는 사기 거래 시 보상이 어렵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왔고, 두 번째 구매자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를 못했던 겁니다.


어쨌든 상황은 이렇게 됐고, 실제로 소송이 들어온다면 오래간만에 한판 붙을 생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구매자 분이 좀 걸리는 겁니다. 제 기준에서 소송을 건다는 분과 그렇지 않은 두 분을 동일하게 대우할 수는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100% 보상을 해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간 수수료만 두 번째 구매자 분께 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네요 ㅋㅋ 이 상황을 첫 번째 구매자가 알고 저한테 전화를 걸어온 겁니다. 근데 별 거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고성들이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제 결론은 위와 같습니다. 


소송을 건다는 사람한테 누가 먼저 돈을 주나요? 소송을 건다고 하셨으니 소송에서 이겨서 돈을 받으셔야 줘... 너무 화가 나서 했던 말이라고요? 아... 사업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본인 하는 말들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게 하셔야죠.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화가 나서 한 말이라는 사실을 캐치해서 제가 어르고 달래주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만약 직접 소송 걸어보시면 많은 부분을 배우시게 될 거예요... 저도 사기당해서 100% 보상받아야겠다는 착한 생각으로 소송 걸었다가 시간, 돈이라는 수업료 내고 배운 내용들이 아마 브런치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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