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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pr 19. 2020

내 특기가 내 발목을 잡는다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거 포기하기

퇴사를 하고 지금까지 뭔가를 해오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건 당연히 7년 동안 업으로 해 온 개발 기술입니다. 세미나, 교육, 외주, 홈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 시간/금전/활용적인 면에서 정말 제게는 은인과 같은 능력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고, 오늘 갑자기 선택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geek9.kr 홈페이지 제작과 외주 작업은 모두 제가 직접 개발을 해왔는데, 혼자 일하니 당연히 제가 해야만 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이러한 개발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발 작업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제가 하고 있으면 다른 어떤 일은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말씀드렸 듯이 혼자 일하니까..

그래서 주변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매번 직원이나 협업/동업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직접 하면서 반복적이고,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들만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 생각이 오늘 갑자기 바뀐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개발 작업을 하면 제가 집중을 못하고, 진척/결과가 모두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개발 작업만 하면 계속 졸고, 일도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제일 잘하는 거고, 가장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연스레 제가 계속 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해온 그 일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결과가 나온 것이 없었고, 지금까지 작업해온 것들도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방관하면서 효율성은 포기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만 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작업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벌써 1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이제야 뭔가 너무 잘못됐구나 싶었습니다... 분명 평소에 너무 열심히 하고, 결과도 좋게 나오는 일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일들을 하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버릇처럼 결과도 나오지 않고, 시간만 축내게 되는 개발 작업을 하면서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퇴사하기 전에 주 업무/주특기였던 개발 일을 퇴사 후에도 메인으로 해야 된다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해왔던 겁니다. 이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만 지금 제 상황만 봐도 이건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제야 제가 메인 잡으로 잡고 있던 개발 일을 외주나 혹은 직원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고, 이렇게 전제를 바꾸고 좀 고민을 해보니 의외로 장점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일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일을 남에게 맡기게 되어도 일을 주거나 확인하는 관리하는 일이 제가 잘 모르는 일을 맡길 때보다도 훨씬 수월할 거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말 이 장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조차도 잘 몰라서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서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제가 뭘 해야 되는지는 누구보다도 제가 명확하게 알고 있고, 해야 될 것도 많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황이 직접 개발 작업을 하면 모든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결과물 조차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개발에 흥미를 잃었거나 더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남에게 맡긴다면 너무나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일의 진행 상황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왜 지금까지 이렇게 해 볼 생각을 못했는지 안타깝네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보니 그 일을 돈 주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그저 내가 못하는 일만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게 무조건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 제 상황에서는 옳지 못한 선택이었던 겁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잘한다는 이유로 그건 끝까지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지금까지 제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왔던 겁니다. 


개발 작업을 하려고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집중도 못하고, 하품하다가 30분도 안되어서 매번 졸았는데 이걸 계속 방치하고 있었네요... 회사 다닐 때 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더 집중하고, 결과도 훨씬 좋고, 하면서 재미도 있는 일들이 지금도 많이 있는데 그런 일들을 하지 않고, 결과도 나오지 않을 일을 하려고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해 왔습니다. 오늘도 개발 작업하려고 앉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졸고 일어났더니 해가 지고 있더라고요... 그때 확실하게 깨닫고, 그 내용을 정리하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 분야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평생 공부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일을 하겠다는데 졸고 있으니 이 작업은 다른 사람을 통해 할 방법을 강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되면 저는 더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메인 잡이었던 개발 기술을 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직접 개발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개발 컨설팅/수업/영상제작할 때 최대한 활용할 겁니다. 그리고 개발 작업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추가로 더 해야겠죠! 이러한 형태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겁니다. 이를 위해 벌써부터 새로 하고, 또 준비해야 될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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