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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pr 24. 2020

언제까지 실수에서 배워야 되지...

그나마 남한테 피해 안 줘서 다행이네...

회사를 다닐 때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하고, 또 실수가 잦아지면 정말 말 그대로 자괴감이 장난 아니게 듭니다. 특히나 나로 인해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영향이 생기면 그 정도는 더 심했고, 선임으로서 후임이 보는 앞에서 그런다고 하면 정말 퇴사 욕구 120%입니다... 처음에는 꼼꼼하게 하다가도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은 계속 쌓이는 데 해결은 되지 않고, 누적이 되고, 또 바빠지고, 정신 없어지고... 그러다가 또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실수는 발생한 후입니다. 


퇴사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점은 적어도 내 동료나 지인이 피해를 보지는 않고, 오롯이 저 혼자 그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내 실수로 다른 사람이 야근을 한다거나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해야 되는 일은 없어서 좋지만 "괜찮아. 다 그렇지" 빈 말이라도 이런 위로의 말 한마디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냥 저 혼자 토닥이고, 일어서서 수습해야 됩니다. 회사에서는 정말 대형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은 조용히 불러서 이야기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정도이지만(물론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 퇴사 후에는 조그마한 실수에도 비난이 난무하고, 논리가 없어지고, 고소를 하네 마네...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수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꼭 실수를 직접 겪으면서 뭘 배워야 하는지... 이제는 그럴 여유도, 멘탈도 없는데... 하루를 엄청 바쁘게 일해도 실수 한번 하면 며칠 동안의 고생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져 버립니다. 이것 때문에 뭐 일을 관두거나 잠수를 타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도 먹고, 일도 많아지고... 그럼 계속 성장해야 되는데 사소한 것들 때문에 한 번씩 시간적/비용적인 타격을 입으면 그 정도나 크기, 영향에 상관없이 정신적인 대미지가 상당합니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지 않고 내 일을 한다는 건 계속 이러한 것들을 버티고 현명하게 혹은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또 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빠르게 회복하고 툭툭 털어낼 수 있는 담대함을 길러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상대가 화내고 욕을 해도 똑같이 대응하지 않고, 무논리가 난무해도 논리를 잃지 않는 능력... 물론 실수한 거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축소하려고 하면 안 되겠죠... 어떻게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점/절충점을 찾을지, 또 어떻게 하면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해야 됩니다. 


단지 지금은 그릇이 작고, 멘탈이 약하고, 확신이 좀 부족하고, 무엇보다 실수를 실수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도 여유도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끔은 내가 말하면서도 납득이 안 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명확한 선, 규칙, 정책이 존재해야 되고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전달을 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책임 회피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 있음을 보여줘서 서로 간의 분쟁과 오해와 손해를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이런 것도 다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람 혹은 상황도 있습니다. 그럼 그 상황에서 또 배우고 보완해 나가야죠...

가끔은 싸우기도 해야 되고,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현실에서 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아침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실수는 계속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나 캐릭터들도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내 일 하려면 감수해야 되는 내용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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