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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May 03. 2020

피의자가 눈 앞에 있어도 보상받기 힘든 피해자

신고/고소를 한다는 행위에 대한 오해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피의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돈 때문입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남의 만원보다 내 천원이 더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저를 피의자로 정해 버리고 저에게 항의하고 따집니다. 


돈을 주는 입장에서는 돈을 받는 제가 더 밑에 있는 존재로 인식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돈에는 포함되지 않는 내용과 돈을 주고받은 서로가 어찌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 혹은 서로 합의한 내용을 무시해 버리는 언행까지도 제가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럼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 끝까지 합의점을 못 찾으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은 저에게 신고/고소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그 시점에서부터는 저도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돈은 받았지만 상식과 도를 넘어선 요구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에 기꺼이 신고/고소당하는 것을 감수합니다. 어차피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한은 좋게 해결될 수도 없고, 당사자가 신고/고소를 한다는 것을 제가 막을 방법이나 명분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라리 신고/고소당하는 것이 더 깔끔합니다. 제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버티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고, 그런 소비자 분들과는 더 이상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퇴사한 3년 동안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단 한 차례도 신고나 고소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신고/고소를 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의 의도는 대부분 신고/고소라는 단어를 듣고, 제가 얼른 겁먹고, 자신의 요구대로 해달라는 겁니다.


[관련 글 : 법 없어도 산다던 내가 법원을 갔다 온 날, 해외직구/구매대행 피해자 코스프레]

사업을 하면서 저도 피해를 입고, 고소를 몇 차례 해봤습니다. 당연히 제가 이깁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법정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나와 봤자 무조건 제가 이길 수밖에 없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명백하게 저는 피해자이고, 상대는 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사람들은 버티고, 버티면서 제가 지치길 바랐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고소를 당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대부분 깨깽합니다. 설마 고소까지 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액수도 적고, 이런 일로 고소를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 수 있습니다. 즉, 잘 모릅니다. 고소장, 내용증명서와 같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이 뭔가 공식적인 절차로 자신들에게 도달하게 되면 그 사람들은 바로 겁을 먹게 되는 겁니다.


아마 위와 같은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혹은 상상을 하며, 저에게 신고/고소를 하겠다고 말을 한 걸 겁니다. 사업 초창기에는 저도 소비자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고소를 하겠다고 하면 부당하다고 생각은 해도 그냥 소비자의 요구대로 맞춰 줬었는데 제가 직접 몇 번 고소를 해본 후부터는 절대 제 소신을 꺽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고/고소 절차가 너무 귀찮고, 복잡합니다.

피해 액수가 크지 않다면, 신고/고소하기 위한 비용이 더 발생합니다.

신고/고소해도 보상받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고소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제가 잘못했는데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논리가 없고, 계속 말을 바꾸는 데 그걸 제가 받아들일 수는 없을 때는 소비자가 고소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이 억울하면 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본인의 시간, 돈을 들여서 고소해보라는 겁니다. 아마 실제로 해보려고 하다가도 못할 겁니다. 더욱이 그 소비자들도 사람인지라 제 잘못이 아닌 것도 알 겁니다. 단지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는 없으니 저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을 뿐이고, 그게 제일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 쉬운 것을 택한 사람들이 신고/고소와 같은 어려운 행위를 실제로 진행할 확률은 높지 않고, 실제로도 현재까지는 0%입니다.


팩폭을 하자면 사기 친 놈의 이름도 알고, 번호도 알고, 주소도 알고, 계좌번호를 알아도, 심지어 그놈이 내 눈 앞에 있어도 경찰들은 절대 그 사기꾼으로 하여금 피해금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정보를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모른다고 했을 때 아무리 무조건 누가 봐도 사기꾼인 사람의 정보도 경찰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본인들은 이성적인 거고, 피해자들이 비이성적인 겁니다. 경찰은 철저하게 절차대로 하고, 그게 일을 잘하는 겁니다. 이러한 것들을 경험으로 알고 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정말 억울하다면 이제 고소를 해야 되는 겁니다. 고소라는 절차를 통하면 피해자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고, 법적으로 진짜 너는 잘못했다고 못을 박을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래도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왜? 그건 개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거치라는 겁니다. 뭐? 그럼 지금까지 한 건 뭔데?


저난 피해자 정보 알아내는 데 두세 달 걸렸고, 민사소송하는 데 또 한 달 걸렸는데 제가 이겼음에도 돈을 받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 때는 피해자의 계좌를 압류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또 뭔가 신청하라는 겁니다.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50만 원도 안 되는 돈 받으려고 4개월 동안 혼자 고생하고, 스트레스받고, 피해금에 약간 못 미치는 비용 들고.... 이건 뭐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러다 말았습니다.


피해자는 피해받은 것도 억울한데 피해자라는 걸 인정받고, 보상받기 위해서는 더 고생을 해야 되는 겁니다. 그동안 피의자는 본인 할 일 하면서 룰루랄라 하고 있을 겁니다.


실상이 이런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나를 고소하겠다?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는 받지만 겁은 안 납니다. "네 고소하세요... 이제부터는 대화하지 않고, 재판장에서 이야기할 테니 연락하지 마세요..." 그리고 문자, 전화 다 차단해 버립니다. 대화가 안되는데 대화하면 머리만 아프고, 정말 자괴감도 많이 듭니다. 자신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쉽게 자신이 피해를 본 100%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와 논리로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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