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잃어 봐야 벌 수 있는 건가?
퇴사를 생각하는 요즘...
며칠 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퇴사를 조만간 할 거라고 말은 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실제로 퇴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나? 뭔가 확실한 대안은 있나? 물론 꼭 준비가 되어야만 퇴사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뭔가 결정을 하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성공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결국 확실한 대안이 있는 사람이 실행해서 그 대안대로 성공을 했다면 그게 정답이고, 대안 없이 실행해서 성공하면 그건 또 다른 정답이 될 겁니다. 결국 결과를 통해 평가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퇴사를 한다면 과연 지금보다 더 괜찮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제 자신에게 답변을 해봅니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퇴사 후에 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적어도 지금만큼의 수익은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나름 그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은 계속 해왔는데 생각해보니 그 노력의 결과들이 딱히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닙니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지금은 회사에서 매달 꼬박꼬박 돈을 주고 있는데 퇴사를 하면 바로 이 수익은 끊길 겁니다.
그때도 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저의 준비들이 과연 끝까지 기능을 할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한 도움이 될까? 그러면서 또 다른 준비들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들이 퇴사 후에도 나를 떠받들어 줄 것인가?
이런 의심들을 계속하는 건 위에서도 말했지만 돈에 관해서 크게 손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돈에 대해서 그런 경험 없이 퇴사 후에도 내가 돈에 쪼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근데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난 돈 적으로 크게 손해 본 적이 없었나?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지는 않았고, 당시 제 나이를 생각해보면 절대 적은 액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도 크게 손해 본 적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그 손해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돈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 대놓고 쓰고 싶어서 개설한 블로그가 브런치이므로 이 이야기도 솔직히 써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일상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뭔가 너무 현실적인 사람으로 비칠 거 같아 평소에는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돈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단지 '아... 돈 벌기 힘들다.', '로또 됐으면 좋겠다.', '어디서 돈벼락 안 떨어지나?' 이런 식의 한탄과 대안 없는 푸념일 뿐입니다. 전 좀 다른 식으로 브런치를 통해 말할 뿐입니다.
인터넷 판매
군대 가기 전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정 상품을 잡고 판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이 팔고 있는 것들 중에 내가 더 싸게 구해서 팔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판매했던 시절입니다. 돈도 없던 학생 시절인지라 소량 구매해서 인터넷으로 팔려고 하려던 계획이 잘될 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조금 팔린다 싶은 것이 있던 시기에 갑자기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는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전화는 바로 끊어 버렸어야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 건 기회다!'라고 생각하면서 140만 원을 며칠 뒤에 입금해 줬습니다. 홈페이지도 만들어 줬고, 제 홈페이지 주소까지 생겼습니다. 심지어 당시 네이트온에서 검색 노출까지 시켜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저는 그렇게 홈페이지 호스팅 계약 기간인 2년 동안 그 홈페이지에서 단 한 푼의 수익도 보지 못헀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전화를 했던 그 직원 분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전한테 전화했습니다.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거죠. 저한테 처음 전화 걸 때는 사원이었는데 2년 뒤에는 대리가 되어 있는 그분한테 다음처럼 이야기했습니다.
"대리님. 그 당시에 제가 너무 뭘 몰라서 계약을 하긴 해서 돈만 날렸지만 어쨌든 저의 선택이었고, 대리님도 대리님 일 열심히 하신 거고, 실제로 해준다고 한 것도 다 해주셨으니 모든 게 다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는 이런 거 안 할 거니깐 연락 그만 주세요."
이렇게 돈 없던 대학생은 손해를 보고 인터넷 판매도 다 접고, 다시 학교로 복학을 합니다.
자체 휴학
정말 젊을 때의 저는 두려운 것도 없었지만 생각도 참 없고, 철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대학교 때 휴학을 총 두 차례 했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대학교는 휴학 횟수나 기간 제한이 없어서 원 없이 휴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1년씩 두 번이나 휴학을 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학기 중에 휴학을 하더라도 총 학기 기간에 1/4이 지나기 전에만 휴학을 신청하면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식해서 용감했던 저는 두 차례의 휴학 모두 1/4이 지나서 결정을 했고, 엄밀히 말하면 휴학도 아니고 일방적인 수업 불참이었습니다. 결국 한 학기에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만 두 번 내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결국 다시 등록금 내고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그게 학교를 입학하고 9년 뒤의 일입니다. 솔직히 이 건 실패라고 하기에는 참 창피한 일이네요. 하지만 지금 생각했을 때 대학교 다니는 동안 제일 잘헀던 일 중에 하나가 휴학이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이 것도 뭔가 깨닫기 위해 든 비용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두 차례의 휴학을 통해 많은 생각들과 결정, 나아가 지금의 제 삶과 선택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기가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은 게 사실입니다.
주식
저는 군대 시절 처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군인 월급으로 한 거라 그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제가 샀던 회사의 주식 두 개 중 하나는 반의 반의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심지어 한 회사는 망했습니다. 그 당시 샀던 총 주식 투자 액수는 3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큰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손해는 좀 심각했습니다. 첫 회사 입사하고 두 달치 월급을 주식으로 싹 날렸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주식은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럼 결국 주식을 통해 저는 손해만 본 것일까요? 주식을 통해 두 달치 월급을 날린 후 1년이 조금 지난 시기에 신문을 통해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인버스라는 종목을 알게 되었고, 해당 상품의 특징이 저의 투자 성향과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에 다시 주식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매우 좋은 상태입니다. 물론 처음 주식을 시작한 시기부터 계산하면 아직도 손해이기는 하지만 1년 전부터 빠른 속도로 손해를 메우고 있으며, 조만간 본전을 찾을 거 같습니다.
오피스텔
현재 오피스텔 한 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 한 채를 계약하던 당시에는 원래 두 채를 동시에 구매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계약을 한 후 좀 더 알아보니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오피스텔 구매가 가능하단 걸 알았습니다. 임대업자 등록을 하고 신규 오피스텔을 계약하면 취득세, 재산세가 면제되고 심지어 오피스텔 월세도 3년 동안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걸 알았다면 첫 번째 오피스텔 계약은 애초에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계약금까지 내놓은 상태인지라 취소를 할 수는 없었고, 예정대로 첫 번째 오피스텔을 구매하든가 아니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하지 않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워진지 10년이나 된 오피스텔이었고, 취득세,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거의 계약금만큼의 돈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오피스텔은 월세가 보장되지도 않았고, 주변에 있던 공공기관도 조만간 이동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계약금을 포기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만 계약을 했습니다. 당시 냈던 계약금은 560만 원이었습니다. 당장의 손해가 겁나서 추가적인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과감(?)하게 계약금을 포기했습니다. 이 결정의 결과는 솔직히 알 수 없습니다. 포기한 오피스텔의 세입자가 꾸준한지도 알 수 없고,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당시에도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고, 현재도 많은 상태인지라 오피스텔 수익률이 낮아졌는데 금리가 훨씬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여전히 오피스텔 투자에 관심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정말 뜬금없이 계약했고, 계약금을 날리기도 했지만 오피스텔 투자는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일단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틀리지만은 않은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단지 그 실패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을 해도 크게 성공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성향이 그렇고 제가 바라는 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지금의 상황도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습니다. 괜히 까마귀가 뱁새 따라 하다가 큰 일 날 수도 있으니깐요. 어찌 되었든 브런치에 이렇게 정리를 해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