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집단의 자발적인 참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Platform
플랫폼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저는 모릅니다. 그냥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하기 위한 방법 등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플랫폼으로 가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플랫폼을 만든 개인/회사/단체/집단에서는 초기에 투자를 하고, 개인사업이나 비즈니스, 수익을 목적(물론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도 수익을 노리는 것이지만)으로 하는 개인/회사/단체/집단도 초기에 투자를 합니다. 플랫폼을 목적으로 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초기에 투자를 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그럼 두 부류 모두 투자를 통한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플랫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결과물이 바로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상품/서비스가 될 겁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초기 투자를 통해 뭔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제공합니다. 그 누군가는 플랫폼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개인/회사/단체/집단이고, 이들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환경에서 자신들의 상품/서비스를 판매합니다.
소수가 구축한 플랫폼 위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그들의 비즈니스를 수행합니다
아래의 예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웹툰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네이버 웹툰 서비스에 올립니다.
11번가, G마켓, 옥션 등의 오픈마켓 회사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자신들의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네이버 쇼핑에도 올려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많은 개인들이 네이버 블로그, 카페에서 글을 작성하며, 그 중에 일부는 수익을 내기도 합니다.
네이버 메일과 쪽지를 통해 파트너들과 연락을 합니다.
모바일 게임 회사가 게임을 만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고, 게임 추천을 해줍니다.
메일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신문사는 네이버와 다음에 자신들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올립니다.
사용자는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를 통해 결제를 합니다.
어떠한 비즈니스를 하든 안드로이드 어플, 아이폰 어플 개발은 필수가 됐습니다.
위에서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은 플랫폼에 해당하고, 그 외 오픈마켓, 신문사, 작가, 개인들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용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어플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구글과 아이폰 어플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애플도 플랫폼에 해당합니다.
사용자의 입장 : 왜 플랫폼을 사용하는가?
11번가, G마켓,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은 이미 자신들의 사이트가 있고, 그 사이트를 통해 상품등록에서 배송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아는 이름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왜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어디로 갈까요? 당연히 지하철 역으로 갑니다. 이게 당연한 것이 된 것은 왜 그럴까요? 지하철을 탈 수 있는 플랫폼을 나라에서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거리가 멀다고 제 집 옆에 역을 만들면 그 역으로 지하철이 오고, 사람들이 올까요? 플랫폼은 하나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든다고 보면 됩니다. 그 생태계 안에서는 그 생태계 만의 규칙이 있고, 환경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사람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많은 기업/집단들도 어쩔 수 없이 그 생태계에 참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를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단 네이버, 다음, 구글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집단/회사들 즉 11번가, G마켓, 옥션, 작가들도 그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하기 때문에 모바일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회사들은 카카오톡을 거치는 것이 자신들의 결과물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대신 비용은 들지만 그 이상의 인지도와 판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플랫폼의 입장
사용자 입장에서 플랫폼은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웹툰도 보고, 방송도 보고, 검색도 되며, 예약과 구매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서비스를 그 플랫폼을 구축한 곳에서 모두 직접 만든 건 아닙니다. 네이버라는 회사가 옷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습니다. 단지 네이버는 이러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집단/개인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해서 세상에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 그리고 많은 사용자를 제공할 뿐입니다. 제가 지금 웹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서 이 곳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할 수 있다면 저도 하나의 플랫폼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환경을 하나 만드는 것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고 운도 따라야 되며, 엄청난 자금이 들기 때문에 이러한 플랫폼은 쉽게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결국 플랫폼은 몇 안되게 살아남는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플랫폼을 구축해 놓으면 엄청난 비즈니스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태계에 서로 돈을 주면서까지 들어오고 싶어 하는데 돈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플레이어들을 활용한 사업 모델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다음카카오
카카오톡이라는 거의 독점 수준의 모바일 채팅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으므로 해서 그 뒤의 실시한 모든 비즈니스에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성공을 이뤄냅니다. 카카오 택시, 카카오 게임 임, 카카오 결제 시스템 등이 있겠죠. 아마 카카오라는 글자 뒤에 붙어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들은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 큰 실적을 낼 겁니다.
네이버
네이버를 통해서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구매, 예약, 판매, 부동산, 중고차, 쇼핑, 신문, 날씨 등등... 대한민국 국민치고 하루에 한 번 네이버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구글
네이버가 국내 PC 시장의 플랫폼이라면 구글은 세계를 상대로 한 PC/모바일 플랫폼입니다. 구글은 검색 엔진을 통한 웹/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으며, 심지어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서비스 개발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말도 안 되는 분야에서 말도 안 되는 액수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너무 확고해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세계로 본다면 구글의 스케일이 훨씬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힘은 너무 미비해 보입니다. 지금 이 글도 결국 다음이라는 플랫폼에서 만든 브런치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작성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데 한 시간 넘게 시간이 걸렸지만 다음 플랫폼에서는 제가 쓴 글보다 훨씬 양질의 글들이 지금 이 순간도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위키피디아가 대단한 건 단시간에 기존 사전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인데 이 건 개인의 힘이 아니고 집단 지성의 힘입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해도 위키피디아와 같은 사전은 만들 수 없습니다. 똑똑한 개인/집단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 성의 사업 모델이 뭐가 있을까? 를 고민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