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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l 23. 2016

또 하나의 명함 : 강사

아이디어와 오픈소스의 만남

D-1

정말 말도 안 되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소 IT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지도 못하고, 아직 독립도 못한 제가 내일 강사라는 직함으로 20명 정도 되는 분들 앞에서 세미나? 강의? 비슷한걸 하게 되었습니다. 1:1 과외 경험은 많아서 제 스타일을 잘 아는데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잘 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는 목이 막히고 입술이 바짝 마릅니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으면 가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내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모 아니면 도이고, 내일 저는 무조건 가서 강의를 할 겁니다.


처음 강의를 제안받은 건 한 달이 체 안되었으며,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오픈소스진흥협회란 곳에서 메일을 통해서입니다. 그 후 두세 번 정도 통화 후 직접 담당자분을 뵌 후 일사천리로 스케줄이 잡혔고, 결국 그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솔직히 이런 일 그냥 거절하면 속 편하고 주말도 조용히 보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게 될 것이며, 일요일이 되면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우울해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생활은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반복이 될 겁니다. 항상 퇴사를 생각하면서 어떠한 변화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아마 퇴사는 평생 생각만 하다 시도도 해보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을 때 운 좋게도 먼저 저한테 다른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제안이 온 겁니다. 담당자분과 처음 연락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강의 일정이 정해졌는데 어쩌면 제가 더 서둘렀던 거 같기도 합니다. 내일 잘하든 못하든 뭔가 하나의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금요일인 오늘도 약속 다 취소하고 밤 10시까지 회사에서 내일 강의 준비하다가 이제 집에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내일 네 시간 동안 참석자 분들께 뭐라도 떠들고 보여드려야 합니다.


주제는 오픈소스입니다. 지금도 강의에서 말하면 괜찮겠다 싶은 이야기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사라졌다 합니다. 이 내용들이 내일 강의 중에도 막 생각이 나야될 텐데... 스타일 상 미리 무슨 말을 준비하거나 외우는 걸 너무 싫어합니다. 처음 몇 분만 잘 떠들고 자신감이 붙으면 알아서 잘 말할 저입니다. 


솔직히 명확하지 않은 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할 때 꼭 했으면 하는 것 중에 퇴사, 과외, 강의, 책 쓰기 등이 있습니다. 퇴사는 선택과 타이밍의 문제이고, 과외는 퇴사 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책 쓰기는 길게 보고 블로그 운영도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는 제가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강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입니다. 한창 과외하던 시절에 한 시간 넘게 학생을 열심히 말을 하며 가리킨 후 집을 나올 때면 엄청난 뿌듯함과 희열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 기분을 잊지 못해서 (또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리워서) 나중에 꼭 아이들 가르치는 걸 다시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생활했었는데 강의라니! 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도 됩니다. 어쩌면 이 기회를 통해 퇴사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겁니다


D-Day

어제 퇴근하는 버스에서 작성한 글이라 그다음 날, 즉 지금 글을 다시 읽으면서 수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한 후 강의하러 출발할 겁니다. 선정릉역에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라고 하니 한 시간 내에 출발하면 늦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미리 가서 분위기도 파악하고 준비도 해야 되겠지요! 강의 후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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