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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l 24. 2016

처음으로 강의하던 날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온 강사

7/23 한국과학창의재단 14층 

오픈소스진흥협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강연자로 참석하고 왔습니다. 이번 주 내내 강의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강의 후에는 분명 뭔가를 얻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오전 10시에 선정릉역에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1시에 강의 시작이었지만 미리 가서 준비도 하고 분위기 파악을 하기 위해 일찍 출발했습니다. 가는 버스 안에서 교재도 한 번씩 보고 할 말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나 스타일 상 이렇게 미리 준비하는 건 맞지 않다는 걸 한 번 더 느끼고, 그냥 편히 잠자면서 갔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강의 공간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인데 따로 비용도 받지 않고 평일에는 아무 때나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커피도 있고, 수강자 분들께 음료와 먹을거리까지 제공이 되었습니다. (네 시간 동안 강의하는 저를 위해 스타벅스 커피도 사다 주셨답니다) 게다가 강의에 필요한 빔 프로젝터, 무선 인터넷, 책상, 의자가 제공되었는데 분위기가 딱딱한 강의실 느낌이 아니라 카페나 휴게실처럼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5층과 14층에 있다고 합니다. 집 근처였다면 주말마다 갔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사의 자리가 어디인지 구분도 애매할 정도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뤄진 강의였습니다. 강의를 해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 당연히 이런 곳에서 해본 적이 없지만 제가 어떤 기관이나 세미나에서 강의를 들을 때도 이런 분위기에서 받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20명 정도의 인원을 받을 생각이었다고 오픈소스진흥협회 담당자 분께서 말씀하시길래 그 신청하신 분들이 설마 다 오시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위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0명 넘게 참석을 해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처음에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 위와 같이 교육 일정을 알리는 홍보물이 있었습니다. 뭔가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도중에 벽에 아래와 같이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으악! 제 이름이 있더라고요... 근데 프로필이 옆에 분과 너무 많이 비교되어서 창피했습니다. 흡사 이 건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경력이나 기술, 자격증 란에 아무것도 작성하지 못했을 때의 서글픔과 비슷했습니다(물론 저는 이력서를 써본 적이 없고,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력서를 실제로 썼다면 분명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겁니다)

배성호 강연자 > <

어쨌든 이렇게 제 이름이 붙어 있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강의

강의 내용 상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원래 시작 시각인 한 시가 되기 전부터 진행이 되었습니다. 20명이 넘는 분들이 가지고 오신 노트북에 환경설정을 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하나의 동일한 작업이더라도 컴퓨터의 기종, OS, 사양에 따라 작업의 진행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많은 분들이 무선 인터넷에 접속을 하니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심지어 어떤 분들께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해서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환경설정 작업은 원래 계획 했던 것의 80% 정도 선에서 멈추고 다음 강의 내용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대해 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인터넷 접속이 잘되지 않는 환경은 좀 많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갑자기 많은 분들이 접속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 부분 때문에 강의에 상당한 지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점 말고는 정말 좋았습니다. 세미나실 분위기도 좋았고, 강의 참가자 모집도 해주고, 간식거리 제공과 강의 내내 사진도 찍어주시고(물론 이 사진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홍보나 증거 자료를 위한 것이겠지만) 대부분이 좋았습니다. 


결국 예정되었든 4시간 30분 중 2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전 처음으로 참가자 분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해보는 강의라 분명 미숙한 점이 존재했습니다. 시작 전의 먼저 주의사항을 말씀드렸어야 했고, 교재에 오타도 하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도 강의 지연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오픈소스에 관한 강의를 제안받았고, 강의 내용에 대한 가이드를 받았을 때 이 정도 내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안을 받고 하는 입장에서 제 임의로 내용을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요청하신 대로 준비는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진행할수록 아차 싶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제가 준비한 강의에 대해서 참석자 분들 대부분이 집중해서 들어주셨고, 질문도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에 대해서 질문 주신 분들도 계셨으며, 가볍게 생각했던 내용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역으로 배우고 오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너무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했던 건데 저는 간과하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저와 같은 직종에 계신 분들 기준에서는 분명 맞는 말입니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들이지만 다른 직종 종사자분들 기준에서는 정말 새롭고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던 겁니다. 심지어 이런 내용의 말을 강의 중에 할 생각까지 있었던 저인데 실제로 강의를 하면서 참석자 분들의 반응을 보고서야 제가 하려던 말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겁니다. 강의 들으러 오셨던 분들 중에는 제 나이 때로 보이시는 스타트업 CEO도 있으셨고, 서울대에 다니는 외국 유학생도 있었습니다. 정말 아찔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혼자 가볍게 재미로 공부했던 내용들로 이런 모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집으로 오는 버스 내내 혼자 속으로 뭔가를 생각을 하면서 왔고, 그 모습을 남들이 봤다면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강의 후에 분명 배우고 있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예상이 정확히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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