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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Oct 23. 2021

내 시간과 능력을 회사 말고 나를 위해서 사용하면?

내 시간과 능력을 소모하지 말자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평범하고, 회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면서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하나 자신있었던 건 자리에 한 번 앉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 집중력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사하고 이제서야 내 일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더니그 집중력이 싹 사라졌네요...ㅋㅋ 


공부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제 스스로를 보면서 그런 시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요즘 하는 거 없이 시간만 가서 큰 일입니다. 회사 다닐 때 하던 개발 일은 당연하고, 퇴사하고 있는 제 일마저도 집중해서 할 수가 없는 걸 넘어서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투자, 글쓰기, 영상 촬영/편집 등의 작업은 그나마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182640


만약 제가 이런 상태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상황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일 열심히 안해도 월급은 주니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일 수도 있었을 거 같고, 집중해서 일 해도 성과가 좋지 않았는데 그 집중도 못하니 일 못해서 여기저기에서 욕 먹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퇴사해서 사업할 수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미 퇴사해서 제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의미없는 가정이겠지만 만약 지금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상태에서는 퇴사라는 결정을 주저했을 거고, 퇴사해서도 안됩니다. 퇴사해서 더 열심히 해도 부족한데 멍 때리고 집중하지 못한다니... 퇴사하자마자 바로 망할 겁니다...


다행이다

그래서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열정이 있을 때 퇴사해서 지금의 상황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태에서 퇴사했으면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회사에 다녔으면... 분명 저는 인정받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일의 성과와 효율도 나쁘고... 그래도 월급을 주니 그 힘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지금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남의 일 열심히 하느니 내 일 하면서 무기력한 걸 선택하겠습니다. 전자의 상황에서는 점점 썩어가고 있는 두뇌와 체력, 집중력을 영끌해야 되지만 후자의 상황인 지금의 저는 슬럼프라고 하면 이겨내면 되고, 슬럼프가 아니고 고질병이면 그거에 맞는 내 일을 하면 되는 겁니다. 내 시간과 내 돈으로 하는 내 일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회사 직원이었다면 내 모든 선택의 기준이 회사이고, 회사가 선택해서 통보했겠지만 저는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지금 제 상태가 일시적이라고 해도 언제 멀쩡한 상태가 될 건지 알 수 없으니 계속 멍때리고 있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일단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제 상태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 이런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제 상태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일 때문입니다. 특히나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람들 간의 복잡한 관계/갈등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사업을 지속하면 그런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그때마다 이렇게 멘붕에 빠질 수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나 상태가 생각한 대로 되는 건 아니니 애초에 그런 복잡한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들이 뭐가 있는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제가 기존에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그런 것이 될 수 있는 몇 개가 보이더라고요. 


회사에 다녔다면 죽으나 사나 무조건 회사에서 하라는 것을 끝까지 해야 됐겠지만 지금 저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결과의 책임은 모두 제가 감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고 원하는데로 하면 되는 겁니다. 기존의 것들은 내가 안하고 있다는 거지 아예 안한다는 건 아닙니다. 직원이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직원도 해당 일(정확히는 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제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 저는 지금 제 상황에 맞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면 되는 겁니다. 당연히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라서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거고,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그 일들을 하며 필요한 모든 시간과 비용은 제 걸로 충당을 해야 됩니다. 회사에 있었다면 이런 고민도 할 수 없고, 회사에서 주는 일만 어떻게든 빠득빠득 했어야겠죠. 고민 뿐만이 아니라 선택까지도 제한이 생겼을 거고요. 내 시간과 능력을 남의 일 하면서 사용하고, 나한테 남는 거라고는 돈 뿐인 소모성의 일을 했을 겁니다. 나이는 먹고, 퇴사하기에는 불안하고, 회사에서는 압박하고, 일은 많고... 퇴사한 제 입장에서도 다른 종류의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 변수들이 있지만 적어도 저는 제 일을 하면서 힘든 거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주도로 선택을 할 수 있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내 인생이고, 그래서 내가 사는 건데 남의 거 하면서 남한테 휘둘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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