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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pr 30. 2022

돈을 주는 사람과 돈을 받는 사람들

대표와 직장인의 껄끄러운 동행

평소에는 남을 배려하고, 위하고, 희생적이고, 무조건 양보할 거 같다가도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돌변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의 선택지입니다. 돌변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화를 하고, 이해하는 척을 하고, 조율을 하려고 해도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게 너무너무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한 번씩 현타가 와서 사업이고 뭐고 다 접고 그냥 연락 끊고, 어디 처박혀 있고 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누가 봐도 내가 피해자인데 가해자 쪽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큰 소리를 칠 때... 그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반박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제 자신을 마주하면 그 끝은 늘 완전 자존감 박살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06


같은 조직 내에서의 이해관계는 그나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는 정도가 굉장히 크지만 그렇지 않고, 회사대 회사,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는 막장까지 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회사 내의 관계에서도 정말 애매한 관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표와 직원의 관계...!! 갑과 을의 관계, 혹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라고들 격식 있게 표현하지만 결국 돈을 주는 사람과 그 돈을 받는 사람의 관계!!


껄끄럽고, 복잡한 계약 관계를 맺고 동일한 조직/공간에서 일하지만 그 조직 내에서 위치/역할의 갭이 있고, 그중 가장 큰 갭을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돈을 주는 대표! 신입이든 임원이든 결국 돈을 받는 사람들이고, 극소수나 한두 명의 돈을 주는 대표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직급, 연령,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돈을 받는 사람들과 돈을 받는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월급일이 너무 안 온다고 말할 때 대표들은 월급일이 세상에서 제일 빨리 온다고 말하죠. 이것부터가 엄청난 차이이고, 이것에서 비롯된 수많은 차이가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일정과 같은 시간에 대해서 대표보다는 직원들이 더 관대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진행함에 있어서는 직원들보다 대표들이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입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대표들이 더 엄격한 잣대를 사용하고, 비용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훨씬 더 호탕한 편입니다. 이렇게 다른 관계의 사람들이 같은 조직/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문제가 터져도 훨씬 더 지저분하게 터져야 정상인데 서로가 서로한테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절묘하게 그 관계가 유지됩니다. 직원은 대표한테 돈을 바라고, 대표는 자신이 주는 돈 이상의 결과를 직원한테 원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서로한테 유리한 게 있기 때문에 문제가 터져도 어느 선을 넘지 않고, 논리적인 선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도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너무 힘들어하고, 그래서 퇴사를 꿈꾸고, 이직을 합니다. 비슷하게 대표는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직시키고, 월급을 올려주기도 하고, 낮추기도 합니다. 


보통은 돈을 주는 사람이 '갑'이고, 돈을 받는 사람을 '을'로 표현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직종에서 돈을 받는 '갑'들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정 직종이라고 해봤자 제가 엮여 있는 직종 말고는 알지 못하네요ㅋ 바로 개발 직종..!!! 요즘 워낙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그 꼿꼿한 대기업들마저도 개발 직원들의 연봉을 팍팍 올려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더욱더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 직원에게 돈을 주면서도 그 개발자들에게 휘둘리는 소규모 회사의 대표들이 많이 있는 겁니다. 돈을 주는 입장에서 당연히 돈을 받는 사람에게 일을 할당하고, 지시하고, 결과를 체크할 수 있는 거고, 그 결과에 대해서 좋지 않은 대화나 요구들이 오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보통의 경우에는 돈을 받는 직원이 뒤에서 궁시렁 될지언정 그것들을 수긍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지금의 개발자들은 그냥 퇴사를 해버리니 대표들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질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거죠. 대표들의 기존 상식선에서는 이 정도나 주는 데도 내가 이렇게 직원한테 끌려다녀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저도 개발자이다 보니 돈을 받는 개발자들이 이해가 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개발자들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발자 본인도 '나 갈 때 많고, 나 나가면 회사가 힘이 들 걸' 잘 아는 거죠. 나 하나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정말 제 멋대로의 개발자라도 그 한 명이 없어지면 오늘내일하는 회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그걸 악용하는 돈 받는 개발자들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돈을 주는 대표들이 개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사회생활이 길고, 경험이 많아도 개발적으로는 1~2년 차 신입 개발보다도 못한 대표들이 많은 겁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겁니다. 애초에 관심과 전공, 경력이 개발 분야가 아닌데 신입 개발자라고 해도 5년 넘게 개발 공부하고, 경력이 있는 사람만큼 대표들이 안다는 게 이상한 거죠. 보통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럼 왜 개발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대표들이 개발 관련된 일로 사업을 하는 걸까요? 대표라는 건 결국 사업을 하는 개인이라는 거고,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도 결국 어는 시점까지는 직원들이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대부분 삽질을 하고, 고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좀 덜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정부 지원이나 투자를 받는 겁니다. 아니 어쩌면 일반인이 사업을 하려면 정부 지원, 투자는 필수인 거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원/투자를 받아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대상이 되려면 요즘에는 무조건 개발 관련 일을 할 수 밖에는 없는 겁니다... 유망하고, 수요가 많아서 돈이 될 거 같고, 고용을 많이 늘릴 수 있는 곳에 지원이나 투자를 하려고 하다 보니 당연히 지금 전 세계에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개발이라는 행위가 없는 회사는 지원/투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거죠...


[관련 글 : 비 개발자 출신이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이면 일어나는 일]

이런 개발 분야에 속해 있었고, 지금은 퇴사해서 (비 개발 분야)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라는 직원의 입장과 사업을 하는 대표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아주 얕지만 조금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상황은 내 사업을 하면서도 남의 회사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시작하는 대표와 그 대표에게 돈을 받는 직원들의 상황과 대화, 생각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떨 때는 제 사업의 대표 입장에서 나를 고용한 회사의 대표님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똑같이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타 회사의 직원들과 대표님들 험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서 저는 대표와 직원들 모두에게서 공감과 짜증을 느낍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선택하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입장이 바뀌면 그 바뀐 입장에서 다시 선택하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결국 일관성은 없고, 내 상황에 맞게 기준이 바뀔 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끼리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이 쉽겠습니까... 동일한 계약서와 사진, 상황, 대화 내용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대화로 해결을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까요... 


이러니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려면 정말 뻔뻔해지고, 냉철해지고, 똑똑해야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착한 것도 답이 아니고, 자유자재로 내가 원할 때 악인이 되기도 하고, 선인이 되기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욕먹는 걸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해서도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반대로 굉장히 신중해야 되고, 누구와도 잘 지내야 될 거 같기도 하네요... 사업을 하면 할수록 상황이 사람을 맞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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