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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May 05. 2022

너무 일만 하면서 사는구나

나는 워크홀릭이니까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내일은 금요일이라서 완벽한 휴가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그런 게 저한테 의미가 없어진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특히나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연휴이면 연휴라서,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눈이나 비가 오면  눈이나 비가 와서 일하기에 좋은 날일 뿐이니까요. 직장인이 아니니 빨간 날과 평일을 구분하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몸이 편하면 오히려 불편하고 몸이 아플 지경입니다. 먹는 것도 일하는 데 지장이 없는 최대한의 선에서 빠르게 해결합니다.

이런 제 루틴을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비정기적인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유일하게 일하지 않고, 시간이 가는 데로 방치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뭘 먹지 않고, 배가 부르지도 않은데 비싼 걸 먹는, 그리고 길을 걸으며 주변이나 하늘을 보는 흔치 않은 기회이죠.

게다가 이런 기회는 제가 직접 만들지도 않습니다. 만들려다가도 할 일이 생각나서, 만나봤자 쓸데없는 이야기/한탄만 할 거라서, 술만 마실 거니까 그냥 시도 자체를 접어 버립니다. 사업적인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동적이지 않지만 그 외의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제 결정/상황들의 가장 큰 이유는 쉬고, 놀고, 즐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잘못됐고, 그럴 필요 없고, 나중에 후회할 걸 알지만 그러지 않는 방법을 모르고, 사업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즐기고 편하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는 거죠. 사업을 하면서 노력하는 건 분명한 결과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즐기고 쉬는 건 효율이나 결과/수치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하려고 안 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건 정서/감정적인 것과 같은 선택의 기준이 다르다는 건 압니다. 단지 제 우선순위에서 제일 밑에 있거나 아예 없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린이날인 오늘 이런 저를 너무 잘 아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약속 장소 근처에 앉아 있습니다. 나름 따스한 햇빛 맞으며 주변 구경도 했지만 그리 오래 제 흥미를 끌지는 못 합니다. 운동하는 게 아닌데 땀나는 게 싫고, 실외의 소음이나 먼지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조용한 카페로 들어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노트북을 들고 와서 카페에서 일을 했겠지만 오늘은 큰 마음먹고 가방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리고 요즘은 그래도 좀 안정이 되어서 아등바등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오늘 만나는 사람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이런 내 성향에 영향을 받아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고마워서 이런 나한테  꾸준히 연락을 먼저 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집에서 나올 때 노트북을 들고 갈까를 한참 망설였고, 결국 맨 몸으로 약속 장소에 나왔지만 결국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기어이 글 하나라도 쓴 저는 워크홀릭인 게 분명합니다. 지금 시간을 보면서 약속 시간까지 아직 30분이 남은 걸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까, 아니면 글을 좀 더 길게 쓸까를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글을 더 쓰지는 않았지만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오타를 수정하고 이상한 문장을 고치며 기어이 뭔가를 좀 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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