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논리, 사업자의 논리
사람은 모두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악의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선택이나 언행이 다 답이고, 반대로 답이 아니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맞거나 틀린 건 없고, 상황에 의해 그 상황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 정도가 다수의 합의에 의해 그 상황에서만 잠깐 결정될 뿐입니다. 그런데 내 기준에 의해 무조건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를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언쟁이 되고, 분쟁이 되고, 사건이 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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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갈등이 일어나고, 비논리와 비이성적인 언행이 난무하게 됩니다. 그건 저 포함해서 대부분에 사람들한테도 해당됩니다. 특히나 '뒤끝'이 심한 저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상대가 어느 선을 넘으면 저는 그 이상의 선을 넘습니다. 상대가 먼저 나에게 그렇게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것도 그 이상으로...!!!
제 사업의 서비스를 이용한 한 고객(직장인)의 컴플레인 내용입니다.
- 왜 이렇게 비싸게 사업을 하냐?
- 왜 그런 비용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업하냐?
- 다른 업체는 가격이 더 싸던데 왜 여기는 이렇게 비싸냐?
고객이 컴플레인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고객이 저에게 불만을 갖는 포인트를 저도 너무 잘 알고 있고, 공감합니다. 문제는 저 포함해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제 문제점을 표현한 방식입니다.
제가 어떻게 사업을 하고, 어떤 업체와 협업을 하고, 어떤 가격을 제공하는 건 제 권한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제 사업의 방식까지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제 사업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제 방식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월권이고, 오지랖입니다. 소비자가 저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저를 신고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사업을 하고, 어떤 업체와 협업을 하고, 비싸게 판매하는 것 때문에 신고를 할 수는 없겠죠?
결국 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된 겁니다. 그런데 제가 다 설명하고, 심지어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그리고 없다는 것을 요구하면서 저에게 컴플레인을 거는 이유는 뭘까요? 이건 시비이거나 본인이 돈을 냈으니 무조건 자신한테 맞추라는 것이고, 심지어 본인의 직업을 말하면서 저에게 시비를 거는 건 협박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성추행은 피의자에 의도보다는 피해자가 받은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제가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협박이 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언쟁을 하다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자기가 기자라는 이야기는 왜 하는 걸까요? 이건 싸울 때 나이를 이야기하거나 해병대 기수를 언급하는 것처럼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대화가 나아가는 겁니다. 더 나아가 기자라는 말을 썡뚱맞게 한 건 누가 봐도 나 기자이니 나한테 말 잘못하거나 나 기분 나쁘게 하면 기자라는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서 널 곤란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게 아니면 뭘까요? 나 기자이니 논리로 날 이기려고 하지 말아라? 이런 의도일까요? 글쎄요... 어쨌든 그 말을 들은 전 협박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협박이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말로 끝날 수밖에 없는 공허한 멘트라는 느낌도 함께 받았고, 그때부터 아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논리가 안되니 직업, 나이, 군대 기수가 나오는 겁니다. 좀 더 개념 없는 사람이었으면 엄마, 아빠의 직업이 나왔겠죠. 논리가 없는 사람은 상대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나는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상대도 본인이 잘못한 걸 알고, 할 말이 없어지지만 자존심 때문에 계속해서 비논리에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본인의 논리가 본인을 더 불리하게 만들고, 저는 그걸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소비자/직장인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하는 제 입장을 비난한다고 하면 저도 판매자/사업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직장인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 월급 받으면서 출퇴근하면서 주 5일을 어떻게 일하냐고... 이 말을 들은 소비자/직장인이 화가 난다면 그 소비자/직장인에게 제 사업 방식에 대한 비난을 들은 저도 기분이 나쁜 겁니다. '돈을 냈다, 소비자이다'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되는 말이 있으며, 선이 있고, 매너가 있고, 존중이 있고, 상식이 있는 겁니다.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직업, 나이, 군대, 성별, 사회적 지위 따위는 상관이 없는 겁니다. 내 사업? 매출? 포기하고, 안 팔면 그만입니다. 이거 아니면 내가 죽나? 절대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사업을 못 했죠. 이게 망해도 전 할 거 많고, 실제로 하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상대의 비논리에 맞춰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고, 그러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사업을 접는 것보다 더 힘들고, 손해도 큽니다. 그런 걸 모르고 자신의 관점에서 일반적인 케이스만 들먹이면서 저에게 따지면 그 결과는 본인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나올 겁니다. 다른 업체가 그러면 나도 그래야 된다는 상대의 논리도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회사는 다니면서 평생 퇴사만 꿈꾸는 겁니다.
참고하실 건 위의 제가 말하고 있는 건 제 논리입니다. 즉, 제 말도 정답이 아니고, 누구한테도 위의 내용을 강요하지도 않고, 이 논리로 싸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본인 기준으로 절 판단하는 걸 넘어서 입 밖으로 저에게 그 논리를 설파하니 저도 그 사람한테 제 논리로 똑같이 말을 해줬을 뿐이고, 그게 위의 내용입니다.
당연히 그 어떤 것도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된 건 없습니다. 기자로서 뭔가를 하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어떠한 명성도, 영향력도 없는 저에게 기자가 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과연 제 일을 이슈화해서 기사를 내려고 해도 그 사람의 상사가 허락은 해줄까요...? 나 하나 까서 뭐 얻을 게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