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로 출근해서 일하는 개인 사업자
시간에 대해서는 항상 엄청난 집착과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를 그렇게 압박합니다. 멍 때리고 있거나 쉬는 걸 허용하지 않고, 어쩌다가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 이후에 엄청난 죄의식(?)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게 심해져서 이제는 일적인 모임이나 만남이 아니면 사람들 만나는 것도 꺼릴 정도입니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처럼 저도 쉼 없이 뭔가를 해야만 마음이 편하고, 그 뭔가라 함은 개인 사업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워크홀릭이기도 한 거겠죠. 집에서 쉬거나 누워있는 것도 결국 내가 편하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게 목적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몸이 편한 게 오히려 심신적으로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서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결국 내가 편하기 때문에 시간에 집착하는 워크홀릭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러므로 딱히 지금 제 자신에 대해서 불만은 없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12
위의 오디오 콘텐츠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약속이 생기면 그 약속 장소로 아침 일찍 가서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카페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일을 한다는 겁니다. 아침 9시까지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듯이 저는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출근해서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제 일을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약속 시간에 늦지도 않고, 제 일을 하다가 약속 시간에 맞춰서 그 일을 멈추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평소에 가지 않는 새로운 카페에 가서 일을 하다 보니 일의 효율도 좋아집니다. 약속이 있든 없든 저는 어차피 카페에 가는데 약속이 있는 날에는 약속 장소에 있는 카페로 가서 평소와 같이 제 일, 제 사업을 하는 겁니다.
일단 이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퇴사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하는 일이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몸이 회사에 묶이게 되므로 다른 곳에 갈 수가 없었을 거고, 퇴사를 해서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노트북, 스마트폰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면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없었겠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 성향 자체가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외부로 나가는 걸 싫어하다 보니 사업도 자연스레 그럴 수 있는 방향으로 온 거겠죠. 제 개발 경력이나 기술이 그럴 수 있게 되는데 많이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고요.
대신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항상 쫓기는 기분입니다. 일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그나마 있던 취미 생활이나 인간 관계도 점점 미약해져 갈 뿐입니다. 눈을 뜨고, 다시 감을 때까지 일만 생각하고, 일만 하는 생활. 그러다가 약속이 잡히면 약속 장소에 가서 일을 하는 정도의 동선...ㅋㅋ 정말 별로인 삶이고, 잃는 것도 많고, 나중에 후회할 것도 정말 많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패턴을 바꾼기는 쉽지 않고, 조금만 그 패턴에서 벗어나면 몸과 마음이 불편합니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서 나도 계속 건설적이고, 수익이 되는 뭔가를 해야만 열심히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진심으로 이건 병입니다. 아무래도 정신병에 가깝겠죠? 몸이 아프지 않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게 일이라니 ㅋㅋㅋ 제 자신도 참 별로인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걸 다 얻을 수 없으니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남들한테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