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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n 20. 2022

회사에서 배우려는 직원과 일을 시키려는 대표

어떤 조직이든 배울 건 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흔히들 하는 멘트 중의 하나가 회사와 직원이 모두 발전하는 회사를 추구한다는 겁니다. 직원이 열심히 일하면 분명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거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직원도 분명 배우는 뭔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처음에는 서로에게 윈윈이 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와 직원 중 한쪽만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한테 남는 게 없다면 그 관계는 얼마 가지 않을 테고, 한쪽만 좋은 경우에는 아쉬운 쪽이 계속 붙잡거나 아쉽지 않은 사람이 변하는 게 귀찮아서 현상 유지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관계가 지속될 수도 있겠죠. 


대부분의 직원이 회사를 선택하고, 입사하고, 퇴사하는 절대 기준은 연봉과 자신의 발전 가능성입니다. 연봉이 낮아도 내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회사를 계속 다닐 수도 있고, 연봉이 높아도 발전 가능성이 없어서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경험과 경력, 기술이 부족한 취준생, 초년생 분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전자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연봉이 높으면 좋겠지만 내 전공/능력/기술/경력으로는 높은 연봉은커녕 취업조차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연봉이라는 조건을 소거한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체념한 건 아니죠. 지금은 내가 아쉬운 입장이라서 연봉을 포기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기술과 경력, 그리고 성에 차지는 않지만 돈도 모으면서 나중에는 더 좋은 조건을 받아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직을 노리는 게 보통이죠. 결국 지금의 회사를 내가 배우고,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조건을 받아 내기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21 


회사 대표가 이걸 모를까?

제가 다니던 회사는 동종/경쟁 업체들 사이에서는 기술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신입으로 들어와서 경력을 쌓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연봉은 낮고, 기술과 경력을 쌓기만 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찾는 회사가 많으니 이직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회사의 대표가 모를 수는 없습니다. 높은 이직 비율 때문에 리더급의 직원이 항상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남아있는 직원들한테 일이 몰리고, 그럴수록 이직 비율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의 연속... 모든 게 대표님한테는 직격탄인데 모를 수가 없습니다. 직원을 뽑아도 어느 시점이 되었을 때 높은 연봉이나 그 이상의 메리트를 제공하지 못하면 당장 지금은 열심히 오래 일하겠다고 말하는 이 직원도 결국 이직할 거라는 걸 알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보통의 케이스이면 진작 이직했을 경력이나 실력을 가진 사람이 이직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 사람은 회사에서 연봉을 더 챙겨주거나 그냥 그 사람이 귀찮아서 다른 회사로 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전히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거나...!!!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모르는 것을 회사에서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건 높은 연봉을 포기하거나 미룰 정도로 직장인들에게는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연봉일 수도 혹은 알고자 하는 개인의 지식욕일 수도 있습니다. 


이직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니는 직원. 그리고 직원의 발전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회사의 대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관계가 아닐까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직원의 개인적인 발전을 권장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회사의 입장에서 직원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직원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는 일일 수도 있고, 직원 입장에서 하기 싫은 일일 수도 있으며,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할 때 직원들의 불만과 퇴사/이직 욕구가 또 한 번 폭발하죠...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니 안 할 수는 없고, 하기는 싫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이때 업종에 따라서는 이직이 쉽지 않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어서 참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거침없이 퇴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을 찾는 곳이 많고, 일이 많은 업종이라면 퇴사를 못 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연봉을 많이 올리고들 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는 곳이 아니라 배워서 아는 것을 회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곳입니다. 공공의 목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돈 주면서 교육을 시켜주는 곳은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이나 일부 대기업들이나 가능할 겁니다. (심지어 이런 경우에도 숨은 목적이 있겠지만요) 물론 회사들도 직원의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니 다양한 혜택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닙니다. 일종의 복지죠. 그러니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원이 회사를 떠나서 본인이 원하는 조건의 회사로 가야죠. 회사가 나를 위해 있는 건 아니니까. 회사의 능력 내에서 여러 당근을 제공은 하겠지만 다른 회사에서 저렇게 한다고 능력을 벗어난 수준의 당근까지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악덕 사장일 수 있습니다. 그럼 더더욱 이직을 하는 게 맞겠죠? 왜 굳이 그런 회사에 남아 있어야죠? 갈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그럼 받을 거 못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계속 그 회사를 다니는 게 맞나요? 차라리 일 안 하고 쉬고, 다른 회사 알아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악덕 사장 밑에서도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그 사장은 더더욱 기고만장하게 직원을 대하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때 배운 것들과 그것들에서 파생된 것들 덕분에 퇴사 후에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제 개인에게 도움이 됐던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꽤 많이 있는 수준을 넘어서 뭐 하나 도움이 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입니다.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배운 것들이 있고, 알게 된 사람들이 있고, 일하는 방법이나 조직의 특성, 회의 방법, 대화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회사에서 하던 일만 배운 게 아니었고, 그 이외의 것, 예상하지 못했던 거, 내가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들까지도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의 상당수는 회사가 배려해준 게 아니고, 회사에서 하라는 데로 하다 보니 얻게 되고 알게 된 것들입니다. 확실히 개인이 입장에서는 내가 특출 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회사라는 조직에 갈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이왕이면 더 크고, 체계적이고, 사람도 많고, 돈도 잘 버는 회사일 수록 좋겠죠? 게다가 업종 자체가 유망한 분야이면 더 좋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불만이 생기고, 회사 욕하고, 늘 월요일에 세상을 탓하지만 분명 그 순간에도 나라는 개인은 뭔가를 얻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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